[동서양 도자가 대담]"도자기엔 그시대 문화-기술 담겨"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29분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이 내년 8월10일부터 10월28일까지 경기 이천 여주 등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도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세계도자문명전’의 책임큐레이터로 동양 부문에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서양 부문에 루돌프 슈니더 전 국제도예협의회(IAC)회장이 최근 선임됐다. 이들 동서양 도자의 대가들이 세계 도자기 문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도자기엑스포 내년8월 이천-여주서◇

▽루돌프 슈니더〓영어로 차이나(China)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쓰면 도자기를 의미합니다. 어원에서 보듯 도자의 원조는 중국입니다. 동서양의 도자를 비교해 어느쪽이 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술은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양의 도자는 그림이 많이 들어가 회화적 성격이 강합니다.

▽정양모〓토기(土器)에서 도기(陶器)의 단계까지는 세계 어느 곳이나 일찍 도달했지만 자기(磁器)의 단계에는 쉽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자기는 중국에서 당나라 때인 7∼8세기에, 한국에서는 신라말인 9세기경에 시작합니다. 일본은 17세기경에 이르러서야 자기를 제작하지요. 임진왜란 이후 조선 도공에 의해 완성된 일본의 자기가 ‘아리타(有田)’라 불리며 서구로 수출되면서, 유럽에 동양 자기 붐을 일어나고 자기 제작을 촉진시켰지요.

▽슈니더〓일본 미술이 유럽에 영향을 미친 것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우키요에(浮世繪)판화, 그리고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에 의해 17세기 후반 이후 유럽으로 수입된 아리타(有田)자기입니다. 저는 송나라 자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북송의 자기는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고 마무리가 완벽하지요. 이렇게 발전한 자기가 중앙아시아와 이슬람 지역,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에 확산됩니다. 17세기 이후부터는 무역을 통해 전래된 중국 일본 등의 도자기가 유럽에 직접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양모〓청자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이 북송 때입니다. 북송의 청자가 준수하고 예리한 반면 우리 고려청자는 부드러운 맛이 있어요. 중국에는 우리의 조선백자처럼 순수한 백자가 없고 장식이 많이 들어갑니다. 중국의 자기가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에 전해지면서 서양에서는 중국과 같이 장식이 들어간 자기가 많이 만들어집니다.

▽슈니더〓유럽에서 도자기의 발전이 늦었던 것은 중국의 고령토와 같은 좋은 흙이 없어서입니다. 대신 금속그릇이나 유리그릇이 발전하지요. 이슬람도 사정이 비슷했으나 8세기경 중국 도자기가 수입되면서 달라집니다. 9세기가 되면 백색유약에 산화금 산화은 산환동 등 다양한 색깔로 문양을 나타낸 러스터(Lustre)도기가 탄생합니다. 이슬람도기가 스페인에 전래되고 이게 12∼13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로 건너가 ‘마욜리카(Majolica)’라는 회화적인 도기예술이 출발합니다. 마욜리카는 또 네덜란드에 전해져 델프트(Delft)도기로, 프랑스로에서는 파이앙스(Faience) 도기로 발전하지요.

▽정양모〓이번 도자기 엑스포에서 동양 부문 전시의 중점은 한중일 세 나라의 도자문명 발달사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장시(江西)성 경덕진(景德鎭), 한국에서는 경기도 광주, 일본에서는 규슈(九州) 아리타 등에서 우수한 백자들이 생산됐습니다.

▽슈니더〓유럽에서 최초의 자기가 구워진 곳은 독일 드레스덴 부근 마이센입니다. 이 때에야 양질의 흙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프랑스에서는 세브르라는 지역이 급속히 대두해 마이센을 위협하게 됩니다. 프랑스 도자기 하면 세브르로 대표될 정도입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웨지우드라는 유명한 자기가 생산됩니다. 서양 부문 전시에는 마이센, 세브르, 웨지우드의 대표작이 소개될 것입니다.

<정리〓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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