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신문박물관 '프레시움' 15일 개관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16분


국내 최초의 신문박물관이 15일 개관한다. 동아일보는 언론 1번지인 서울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신문박물관(프레시움·Presseum)’을 설립해 문을 연다.

세계에서 신문박물관이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7개국. 1883년 창간된 한성순보 이래 117년의 ‘신문 역사’를 가진 한국은 이번 개관을 계기로 신문박물관 보유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PRESSEUM 신문박물관

- 한국의 언론 어제오늘 한자리에
- 117년 신문사 집대성 '자료 寶庫'
- 최첨단 영상통해 콘텐츠 '감동체험'
- "어! 기생들도 신문광고 냈었네"
- 아이와 함께 나누는 산 역사 체험
- 21세기 '광화문의 문화명소' 막올라

신문박물관은 언론사적 가치를 지닌 5000여점의 자료를 보유,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과 즐거움을 접목시킨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신개념을 도입한 21세기형 박물관이다. 신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문박물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 ‘열려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신문박물관 내부를 살펴보면 ‘신문역사관’ ‘기획전시관’ ‘미디어영상관’ 등으로 나뉘어져 신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신문역사관’은 한성순보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하루하루를 기록해온 신문의 어제와 오늘을 다룬 테마관으로 ‘신문의 역사’ ‘신문과 사회’ ‘신문과 문화’ 등 소주제관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먼저 ‘신문의 역사’는 구한말 신문, 일제시대의 신문, 유신시절 군부의 신문 검열 자료, 최근 등장한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신문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신문과 사회’는 주요 일간지의 1면으로 한국 현대사를 정리했다. 이 코너에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되어 육영수여사 피격사건(74년) 등 50여건의 주요 사건을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동영상 뉴스가 바로 제공되어 눈길을 끈다.

‘신문과 문화’는 신문의 소설 디자인 광고 만화 캐리커처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면서 근현대사 격동기에 우리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획전시관’은 개관기념전으로 동아일보 80년사를 조망하는 전시회를 마련한다. 동아일보와 관련된 각종 전시물과 함께 언론통폐합으로 1980년 11월 폐국한 동아방송의 가슴저린 고별 방송, 당시 인기프로그램인 ‘유쾌한 응접실’ ‘정계야화’ 등도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기획전시관은 앞으로 신문과 관련된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는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미디어영상관’은 각종 첨단 기기를 통해 신문의 이모저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다. 특히 ‘글래스비전’은 50년 뒤인 2050년 미래 신문의 모습을 보여주는 첨단기기다. 종이가 아닌 유리 위에 신문이 영상으로 나타나 손으로 들지 않고도 신문을 볼 수 있다.

신문박물관 3층 입구에는 세계 80여개국 130여종 주요 일간지의 2000년 1월1일자 신문이 원형 전시공간 내에 진열되어 있다. 2000년 문을 여는 신문박물관답게 새천년 첫날 지구촌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신문박물관 인터넷주소는 www.presseum.org

<허엽기자>heo@donga.com

▼ '프레시움'이란 ▼

국내 첫 ‘신문박물관’의 별칭인 ‘프레시움’은 프레스(Press)와 뮤지엄(Museum)의 합성어. 프레스는 신문이나 언론을 의미하고 뮤지엄은 박물관이란 뜻이다. 프레스는 원래 인쇄 기기를 비롯해 책이나 잡지 등 인쇄 출판물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이후 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이 급성장하면서 프레스는 신문이나 언론의 대명사가 됐다. 신문이 주도적 매체가 되자 프레스의 기술적 의미가 퇴색하고 언론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앞서게 된 것. 해외 신문박물관도 ‘프레시움’처럼 조어(造語)로 명명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알링턴에 있는 신문박물관은 뉴스와 뮤지엄을 합성한 ‘뉴지엄(Newseum)’이며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일본신문박물관’은 ‘뉴스파크(Newspark)’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 미디어영상관 ▼

신문박물관 내 ‘미디어영상관’은 이른바 ‘에듀테인먼트’의 체험관이다. 에듀테인먼트는 교육(에듀케이션)과 오락(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교육적 기능과 놀이의 기능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뜻이다.

‘미디어영상관’의 영상교육실 코너는 15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신문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상영한다. 영상물 가운데 서울대 출신 애니메이션팀이 제작한 ‘쥬라기신문’은 쥬라기의 신문 발행을 우화적으로 표현해 어린이들이 신문을 이해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다큐멘터리 ‘기자의 하루’는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의 24시를 담았다.

신문 제작 체험은 흥미로운 ‘놀이’ 중 하나. 컴퓨터로 직접 기사를 쓰고 자기만의 ‘맞춤 신문’을 제작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자기 얼굴이 든 사진을 가져오거나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머리기사에 얼굴을 넣을 수도 있다. 게임을 통해 신문과 역사 사회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다. 게임은 퀴즈 빙고 낱말맞추기 낙하산떨어뜨리기 등 네가지 종류. 물론 전시 자료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뒤 게임을 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으나 그리 쉽지 않은 편.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4단 만화의 순서를 맞추는 게임이나 만평 조각 맞추기 게임은 논리력이나 구성력을 짚어볼 수 있는 코너다. 만화 자체가 재미를 주는 데다 짧은 이야기를 순서대로 맞추는 게임이 관심을 끈다. 미래 신문 ‘글래스비전’은 동영상이 나오기도 하고 쌍방향 장치를 통해 독자가 글래스비전에 뉴스를 담을 수도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

▼ 해외의 신문박물관 ▼

신문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7개국밖에 없다. 자료수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지엄’, 일본의 ‘일본신문박물관’, 독일의 ‘국제신문박물관’이 손꼽힐 정도다. 이번 신문박물관 개관으로 한국은 8번째 신문박물관 보유국이 된다.

● 미국 ‘뉴지엄’

세계 최대 규모의 뉴스박물관인 ‘뉴지엄’은 워싱턴DC 근교 알링턴에 있다. 신문과 방송을 포함, 동서고금의 정보전달 수단을 다룬 박물관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제자유언론단체인 프리덤 포럼이 5000만달러를 들여 97년 4월 만들었으며 △상호작용 뉴스룸 △투데이 뉴스 △방송 스튜디오 △뉴스역사전시관 △언론인 △자유공원 등 6개의 주제관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 이집트와 아시아의 원시적인 의사소통수단부터 최첨단 정보통신 매체까지 웅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 일본 ‘일본신문박물관’

올 10월 문을 연 요코하마(橫濱)의 ‘일본신문박물관’(애칭 ‘뉴스파크’)은 일본신문협회가 만들었다. 1871년 일본 최초의 일간지 ‘요코하마 매일신문’이 발행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 ‘역사존’과 ‘현대존’으로 구분돼 있으며 ‘역사존’은 신문이 등장하기 직전인 에도(江戶)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신문역사를 6개의 시대로 나눠 보여준다.

‘현대존’은 ‘신문사의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고 리얼타임 뉴스검색과 ‘소리나는 신문’ 등 미래형 신문도 경험할 수 있다.

● 독일 ‘국제신문박물관’

독일 서부 아헨에 있는 ‘국제신문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신문박물관. 각국에서 발행된 4000여종 16만여장의 신문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신문’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16세기 인쇄물들이 이 박물관의 자랑거리.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사후 후계체제를 다투는 각 지역 제후들의 동정이 첫 보도 대상이었다. 87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세워진 ‘신문박물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신문 ‘콘스텔레이션’(2.5×1.3m·미국·1859년)과 가장 작은 신문 ‘유트레흐트 니블라트’(12×8㎝·네덜란드·1845년) 등이 전시돼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에도 신문박물관이 있다.

<윤종구기자·워싱턴·도쿄〓한기흥·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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