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기획전]조현신교수 분석 "간판도 돌연변이 시대?"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9시 13분


재미있는 상호가 적힌 간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신촌 일대. 톡톡 튀는 젊은 세대의 시선을 잡기 위한 업소간 경쟁이 이 곳처럼 치열한 곳도 없다는 게 최근 간판현황을 조사한 조현신 교수의 설명이다.

‘불타는 자갈밭에 춤추는 조개들’ ‘돼지가 꼬추장에 빠진 날’ ‘형! 어디가’ ‘이판저판 고기판’ ‘똥값, 똥값 세일’ ‘조개부인 바람났네’ ‘악을 써라 노래방’ ‘공때리네 당구장’ ‘아무데서나’ ‘용BEER천가’ ‘위풍 닭닭’ 등…. 한번쯤 눈길을 주지 않고는 못 배길 간판들이 젊은이들의 공간인 신촌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 간판 중 상당수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더욱 자극적인 새 상호로 바뀌고 있어 ‘돌연변이 간판’의 전형을 보여준다.

신촌 주변에서 탄생했다가 사라진 상호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간판은 한 주점이 내걸었던 ‘이러다가 망하지’. 자극적인 상호를 내걸었던 이 주점은 실제 이름대로 개점한 지 두 달만에 문을 닫아 주변 업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업소들이 이처럼 자극적인 상호로 ‘무장된’ 간판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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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들이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대박을 노리는 근시안적 투자를 하고 있어 이처럼 눈길을 잡는 데만 치중한 상호들이 생겨난다는 풀이다.

조현신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간판들에서 극단적인 조급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생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흔히 나타나는 ‘될대로 돼라’ 식의 정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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