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 생생리포트]서울 대기오염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20분


선진 외국을 다녀온 서울사람이라면 쉽게 느끼는 것이 있다. 서울의 대기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런던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흰 와이셔츠를 며칠 간 입을 수 있지만 서울은 단 하루 버티기가 힘들다”는 얘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남쪽의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도 “하룻밤 자고 났는데 목이 따가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과연 서울의 대기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00년 환경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먼지오염도는 ㎥당 84㎍(마이크로그램·1㎍〓100만분의 1g)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수준인 30∼50㎍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심한 편이다. 특히 지하보도와 터널은 위험수준이다. 최근 보도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남산 3호 터널의 경우 245.3㎍, 구기터널 239.6㎍, 창동 지하보 차도 199㎍였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와 폐에 쌓여 천식과 호흡곤란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서울시내 대기지표는 곳곳에서 ‘빨간불’이다. 올들어 8월말까지 서울시내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 횟수는 무려 22회. 지난해 전체 발령횟수 16회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나 질소산화물이 높은 열과 강한 빛을 받아 생성되는 오존은 기관지 점막을 자극, 호흡장애는 물론 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식물 생태계에도 치명상을 입힌다.

질소산화물의 오염도 역시 98년의 0.030¤에서 지난해 0.032¤으로 증가추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살수차 운행을 늘리고 천연가스사용 버스 운행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근본적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얼마 없는 것 같다. 외환위기가 추슬러진 이후부터 서울시내에 다니는 차량대수는 더욱 늘어나 대기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WHO는 실내외 공기오염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연간 300만명 정도가 죽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단선적 대응에 머물지 말자. 머지않아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는 신종 마케팅이 번성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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