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자 백남준' 설치미술가 김순기씨의 예술세계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46분


“생각이 같은 사람들은 서로 만나기 마련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22일까지 ‘주식거래 Ⅱ’전을 여는 김순기씨(54·사진). 작곡가 존 케이지가 죽기 전 병실을 방문했다.

“케이지 할아버지, 생각하지 말고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를 말해 보세요.”

케이지는 ‘비트겐슈타인과 장자(莊子)’을 꼽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의 이름이 케이지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때의 놀라움과 일체감.

“작품은 뭘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는 것이다.” 컴퓨터 편집을 하다 못쓰게 된 이미지, 쓸모없는 음향 등을 모아 만든 비디오 작품 ‘알레아(Alea·그리스어로 우연이란 뜻)’는 김씨가 이같은 작업태도를 극단까지 끌고간 것이다.

같은 비디오 아티스트라도 백남준의 작품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표현하려는 에고(ego)의 충동이 살아있다. ‘여자 백남준’ 김씨의 작품에는 그런 게 없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한 관객이 “끌리는 작품이 없다”고 불평하자 김씨는 “시각적으로 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미술은 화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응답했다.

“공자(孔子)는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노자(老子)만 하더라도 이렇게 하라는 게 있다. 장자에게는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다. 그래서 장자를 좋아한다.”

김씨는 엑상프로방스대에서 기호학을 공부하고 석도(石濤)회화작품의 기호학적 연구로 논문을 썼다. 김씨는 “일획(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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