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어 "맞춤법 몰~러"…대구대 이정복교수 조사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40분


“역시 난 껌(무시당하는 사람)이야.” “전부 쌩까는군(거짓말하는군).”

요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말들이다.

‘잠수(대화방에 접속한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 ‘양팅(이중으로 사귀기)’ ‘짱(정말)’ ‘남친(남자친구)’ ‘깔(여자친구)’ 등과 같은 은어와 ‘방가(반가워)’ ‘추카추카(축하 축하)’ ‘갈께엽(갈게요)’ ‘잼있져(재미있어)’ 등 의도적으로 틀리게 쓴 말 투성이다.

대구대 국문과 이정복(李正福)교수는 4일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사이버 폭력과 학교 공동체 붕괴’ 토론회에서 ‘학생들의 인터넷 언어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이교수는 6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대화방 ‘하늘사랑’과 ‘세이클럽’에 들어가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언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타자수를 줄이고 표기를 쉽게 하기 위한 ‘소리나는 대로 적기’. ‘조아(좋아)’ ‘만타(많다)’ ‘기냥(그냥)’ ‘절때루(절대로)’ ‘어뜨케(어떻게)’ 등이 이에 속한다.

‘겜(게임)’ ‘금(그럼)’ ‘넘(너무)’ ‘짐(지금)’ ‘땜(때문)’ 등 음절 줄이기도 네티즌들의 ‘맞춤법’.

‘구래 이넘아(그래 이놈아)’ ‘알쥐(알지)’ ‘안냥하세엽(안녕하세요)’ ‘모냐(뭐냐)’ 등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무시한 표기도 많았다.

‘우띠발’ ‘문디 가스나’ ‘이뇬아’ 등과 같은 비속어(욕)도 가끔 등장했다.

이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에 내는 보고서에도 이 같은 통신어를 섞어 쓸 정도로 통신어가 일상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잘못된 통신 언어는 어문 규범을 파괴하고 세대간 단절을 촉진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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