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목회권 대물림 신뢰 못얻는다"

  • 입력 2000년 9월 28일 19시 10분


국내 기독교 14개 교단 목회자들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최근 목회자단체로는 처음으로 교회 세습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한목협 대표회장인 옥한흠(62)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를 만났다.

한목협은 보수 진보계를 망라해 기대가 높은 단체다. 옥목사는 “교회세습은 인척관계로 인한 부조리를 많이 겪은 우리나라 사람의 거부정서를 감안해 교회 스스로가 자제해야 하는 것”이라며 “목회권 대물림이 형식적으로 교인들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회세습 반대표명 '한목협' 옥한흠회장◇

교회세습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서 한목협은 조용히 지켜보려고 했어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얘기하게 됐고 저지하는 쪽과 추진하는 쪽이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처음부터 교회갱신을 얘기해온 한목협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미국의 대형교회나 선교 복지단체에도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버스 슐러목사의 크리스탈 커시드럴이나 오스왈드 스미스목사의 피플스 처치가 그렇습니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나 센타도 그 아들이 실질적인 지도자입니다.

“미국인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예스와 노가 분명한 사람들입니다. 누구에게 끌려가는 풍토가 아닙니다. 이런 곳에서 아들이 대를 이었다면 정말 뛰어난 지도자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교회 목사가 아들에게 목회권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추진하는데 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겠어요. 얼마전 광림교회 부목사와 장로 몇분이 찾아왔습니다. 부목사 한분에게 좀 꾸지람을 했어요. 만약 사랑의 교회에서 내가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운다면 내가 보는 사랑의 교회에서는 1%의 동의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사회는 정에 끌린 인척간의 사회적 부조리가 많잖아요. 이런 것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반응이 있어요. 이걸 무시하면 교회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광림교회의 일은 원칙적으로는 한 교회내부의 일입니다. 개신교는 가톨릭과 달리 개교회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가 싫으면 저 교회로 가면 됩니다. 굳이 개입할 이유가 있나요.

“기윤실 등이 이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은 어느 한 교회가 꼴보기 싫다고 성토하는 게 아니예요. 여기서 방치하면 당연시하는 교회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어서 그래요. 이미 대물림한 교회의 수가 생각보다 많고 목회자들 10명이 모이면 그중 3,4명 어떨 때는 5명까지 자녀중 하나는 신학생입니다. 쉽게 대물림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간의 일치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놀랍게도 과거 자유주의 교회가 복음주의쪽으로 많이 선회하고 있고 ‘우리만 정통이다’고 고집하던 보수주의 교회도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과거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죠. 또 하나 대도시의 의식있는 평신도는 교파관념이 없어요. 이런 정서를 무시하고 교회를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빨리 쉽게 하나가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노력을 계속하면서 마음을 열다보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것입니다. 기본적인 신앙고백이 일치한다면 서로의 역사적 배경,신학적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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