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티핑 포인트/3박자 맞추면 한순간에 뜬다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42분


▼'티핑 포인트'/말콤 글래드웰 지음/이끌리오/임옥희 옮김. 329쪽, 1만2000원▼

'포켓몬스터’가 인기를 끌더니 요즘엔 ‘해리 포터’의 열기가 하늘을 찌른다. ‘스케이트 보드’가 유행이더니 이젠 ‘씽씽카(퀵보드)’다.

거의 거들떠 보지 않던 미국의 신발 ‘허시파피’. 1994년말 95년초, 허시파피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몇몇 히피 청소년들이 신고 다니는 것 같더니 한두달이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93년 3만켤레가 94년말 43만켤레, 95년말 130만켤레로.

‘뜬’ 것이다. 이름도 없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 현상. 저자는 뜨는 것이 분명 ‘어느 한 순간’에 이뤄진다고 단언한다. 그리곤 들불처럼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저자는 이를 일종의 전염으로 본다. 사회적 전염.

미국의 프리랜서 저술가인 저자에 따르면, 전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적인 폭발의 순간이다. 이것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티핑의 사전적 의미는 ‘균형을 깸’. 뜬다는 것은 기존의 평형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떴다고 하는 여러 사례를 통해 뜨기까지의 과정과 거기에 감춰진 사회적 의미를 추적한다. 단순히 상품에 그치지 그치지 않는다. 유행, 사회현상, 역사적 사건에 드러난 급격한 변화까지 전염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허시파피를 비롯해 1950년대 ‘윈스턴’ 담배의 판매급증, 1970년대 어린이 방송프로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기,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범죄율 급감, 1990년대 볼티모어지역 매독의 급증, 그리고 1770년대 미국혁명의 불길 등.

저자는 그 전염에 3가지 법칙이 있음을 발견한다. 첫째 소수의 법칙. 저자는 80―20법칙을 예로 든다. 범죄자의 20%가 범죄의 80%를 저지르고, 술꾼의 20%가 술의 80%를 소비한다는 법칙. 이는 전염이 소수에 의해 이뤄짐을 뜻한다.

둘째, 고착성. 전염되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품도 사고 생각도 바꿀 것이기에.

셋째, 상황의 힘. 전염이 계속 이어지려면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관련기사▼

'티핑 포인트' 스토리

소수의 법칙을 보자. 허시파피 운동화의 부활도 불과 수십명의 히피들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소수는 열정이 있는 소수였다. 더 이상 사람들이 ‘허시파피’를 신지 않기에 그들은 허시파피를 신었다. 남과 구별되고 싶어서. 전염은 이렇게 열정적인 소수가 입소문을 퍼뜨림으로써 시작된다.

샌디에이고의 한 간호사는 당뇨 유방암에 대한 주부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거리에서, 주부들을 찾아다니며 켐페인을 벌인다고 될까. 그는 미용실을 공략했다. 미용사를 모아 그들을 전파자로 활용했다. 핵심을 찌른 것이었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전염은 행동(구매나 동조)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폭발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는 개인적 취향보다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1775년 어느날 밤, 보스턴의 한 은세공은 말을 타고 “영국군이 진격할 지 모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독립 전쟁에 불을 지핀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은세공의 전언도 깊은 밤이 아니라 낮이었다면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볼티모어에서 매독의 전염도 겨울보다 여름에 성했다. 상황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염은 어느 한순간 현실 속으로 점화된다.

그럼, 독자에게 전염될 수 있는 이 책이 메시지는 무얼까.

“주변을 둘러보라. 어딘가 티핑 포인트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주목하라.”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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