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반덴베르크의 첫 번역서인 ‘미켈란젤로의 복수’의 연장이자 완성으로 보인다. 기독교 교리의 뿌리를 흔드는 ‘진실’을 추리 기법으로 찾아가는 이야기 얼개, 사실과 허구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 등. 여기서는 예수 재림을 부정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전면적인 신성 부정을 겨냥한다. 코란을 이렇게 농(弄)했다면 필시 제2의 샐먼 루시디가 됐겠지만 교황청은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그쳤다.
소설의 모티브는 기독교 신앙의 토대라는 4대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보다 앞서예수와 동시대에 쓰여진 ‘제5복음서’의 존재다. 단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셰익스피어, 볼테르 등이 신성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후대에 암호를 남겼다는 것. 다 빈치의 경우에는 ‘장미원의 성모’에 보석 목걸이를 그린 뒤에 덧칠을 했다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7개 보석의 머리글자는 제5복음서의 저자인 ‘바라바(Barabas)’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야기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떠돌던 문서와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를 쫓는 교황청과 이슬람교도, 그리고 종교 대신 지식을 숭배하는 ‘오르페우스 기사단’ 사이의 암투가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스토리는 전작처럼 ‘결코 일어난 적이 없던 침묵’으로 마감된다.
작가는 물신화된 믿음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합리적인 지식의 해악도 경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이 인류의 유일한 선’이라고 했지만 때로는 지식이 끔찍한 불행을 뜻하기도 한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알기 위해 달려드는 주인공의 모습은 해갈되지 않는 지식욕에 스스로를 파먹힌 인간의 불우한 운명이다. ‘지식이란 다시 돌아오는 의심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실 /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 한길사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