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공룡대탐험' 공룡 멸종 덕에 인간이 있다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6분


얄팍한 어린이용 그림책이라고 오해 마시길. 고생물학 전공자의 공력이 담긴 보기 드문 공룡 교양서. 공룡이 아이들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과학의 대상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이융남 박사(40·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공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공룡의 다리만 더듬지 않는다. 공룡의 정의, 기원과 멸종 과정, 백과사전식 공룡 프로필, 그리고 공룡학사까지 입체적으로 일별한다. 최근 연구 성과까지 망라한 개설서 수준이라 대학 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340여 커트에 이르는 공룡 사진과 삽화를 훑어보는 재미만쳐도 여느 짜깁기책보다 낫다.

몇 가지 상식. 공룡은 중생대(2억4500만년전∼6500만년전)에 살았던 육상 파충류만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익룡(翼龍)이나 어룡(魚龍)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몸집이 크다고 알도 큰 것이 아니다. 세이스모싸우루스의 몸집은 축구장 반만하지만 알은 겨우 축구공 크기. 모든 공룡이 우둔하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중한 몸에도 날쌘 운동신경과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또 하나, 공룡이 파충류 족속이라고 냉혈동물이라 지레짐작할게 아니다. 냉혈인지 온혈인지는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눈 밝은 독자라면 영화 ‘다이너소어’의 거짓말도 눈치챌 수 있다. 주인공 초식공룡 이구아노돈(백악기 전기)과 이를 잡아먹으려는 카르노타우루스(백악기 후기), 공룡이 사라진 뒤 출현한 원숭이가 시공을 초월해 동시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 화석의 발굴과 복원을 다룬 제3부는 이 책의 백미다. 암석에 붙은 척추뼈 하나를 추리는데 일주일이 걸리고, 이를 3차원 퍼즐 맞추듯 조립하는 과정이 얼마나 녹녹찮은지 알 수 있다. 1㎜ 크기의 원시 유대류 이빨 하나를 찾기위해 1t이 넘는 지층샘플을 현미경으로 일일이 골라낼 때도 있다고 한다. 뼈 조각 하나로 공룡의 크기, 생태, 습성 등을 ‘과학적’으로 유추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곳곳에서 언급됐듯 공룡의 환경 적응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공룡은 우둔한 파충류라는 생각은 인간의 오만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40배나 긴 1억6000만년간 지구를 점령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런 공룡이 일순간 절멸해버린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운석이나 화산으로 인한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때 죽어버린 공룡이나 살아남은 악어는 말이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공룡이 절멸하지 않았다면 인간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몇 천만년 뒤에 어떤 족속이 인간의 화석을 발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룡대탐험 / 이융남 지음 / 창작과비평사/ 223쪽, 2만80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