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展, 9월까지 덕수궁서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46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러시아,천년의 삶과 예술’전에는 러시아 이콘(성상·聖像)이 100점이상 전시되고 있다.

한국 정교회의 나창규 인천 성 바울로 성당 주임신부는 “이콘은 글을 읽을 수 없었던 민중에게 성서의 복음을 그림으로 전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라며 “이콘에는 정교회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상징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고 병이 낫거나 하는 등의 신비적 체험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나신부와 12일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이콘에 담긴 종교적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십자가〓러시아 정교회에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을 상상케 하는 독특한 모양의 십자가가 있다. 맨 위 짧은 가로 선은 예수의 머리부분, 그 아래 긴 가로 선은 양쪽으로 벌려 못이 박힌 손 부분을 의미한다. 맨 아래 비스듬한 짧은 가로 선은 위로 향한 왼쪽이 천국, 아래로 향한 오른쪽이 지옥을 의미한다. 왼편(예수의 입장에서는 오른편)에 매달린 강도가 오른편 강도와 달리 예수를 인정하고 천국에 간 데서 비롯된 것이다.

△얼굴〓이콘은 전통에 의해 신성시돼온 유형에 따라 그려진다. 독창성 보다 확립된 유형을 잘 베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콘의 작가는 알려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성모 성자 성인 등의 얼굴은 하나같이 눈이 크고 코는 좁고 길며 작은 입술을 갖고 있다. 큰 눈은 세상을 편협되지 않게 두루 살피고 좁고 긴 코는 냄새로 상징되는 세상의 유혹에서 거리를 둔다는 의미다. 입술이 작은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성품을 뜻한다.

△주교〓이콘에는 수많은 성인이 등장한다. 성인중에는 성 니콜라스처럼 주교를 지낸 이들이 많다. 니콜라스는 빈자나 어린아이를 위해 기적을 많이 베풀었던 성인으로 정교회밖에서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주교였던 성인은 독특한 손모양으로 구별된다. 오른손 손가락을 이용해 만드는 이 손모양은 희랍어로 예수그리스도라는 글자를 뜻한다. 주교가 아니었던 복음사가 성 요한이나 전사(戰士) 성 드미트리 등은 이런 손모양을 하지 않는다. 주교는 또 십자가가 세 개 그려진 휘장을 두르고 있다. 한편 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성인은 순교자를 의미한다.

△천사〓이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천사는 가브리엘과 미카엘. 가브리엘은 성모에게 수태고지(受胎告知)를 한 천사이고 미카엘은 아담과 하와가 추방된 낙원을 지키는 천사. 천사는 날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금방 구별할 수 있지만 인간과 달리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라는 의미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있다. 또 여자나 어린아이처럼 수염이 없다. 정교회 사제는 현재도 수염을 기른다. ‘하나님의 은총이 아론의 머리에서 수염을 타고 옷깃으로 흘러내리는도다’라는 시편구절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수염을 꼭 길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교회 사제는 수염을 기르지 않는다.

△삼면(三面)성상〓이콘은 기본적으로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성서의 말씀이 신비한 힘을 가지듯 말씀을 그린 이콘도 똑같이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이 때문에 이콘은 성당의 벽이나 성상대에 그려진 것외에 가지고 다니면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오늘날도 정교회 신자는 대부분 가정마다 이콘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쪽이나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두고 소중히 취급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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