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탐방]대한항공 운항훈련원을 찾아…가상현실통해 양성

  • 입력 2000년 6월 2일 14시 23분


경인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려 인천항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코끝에 느껴질 때면 대한항공 운항교육훈련원을 만나게 된다. 평범한 외부경관과는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시뮬레이터의 웅장한 모습에 웅크렸던 호기심은 기지개를 켠다.

시뮬레이터의 효과는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통해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배양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는데 있다. 이러한 경제성과 효율성은 각 항공사의 시뮬레이터 교육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시뮬레이터(SIMULATOR)의 구성을 살펴보자.

항공기와 같은 모습의 조종실내부가 갖추어진 몸체(FLIGHT COMPARTMENT)가 있으며, 비행 중 조종석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여주는 영상장치(VISUAL SYSTEM)가 몸체와 함께 붙어있는데, 형태는 공중에 떠있는 배와 흡사하다. 또,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을 직접 느끼며 실제 비행과 같은 비행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운동감각장치(MOTION SYSTEM)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것 전체를 운영하는 컴퓨터실(COMPUTER ROOM)과 연결되어 있다. 운용인원은 기장1명, 부기장1명, 교관이 함께 탑승하며 컴퓨터실에서는 이를 관리하는 요원만 있으면 충분하다. 시뮬레이터 가격도 항공기 가격의 10분의 1정도이며, 훈련비용 또한 실제항공기 훈련비용의 5%정도 밖에 되지 않아 경제적이다.

시뮬레이션은 하루 20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며, 실제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예로 번개를 맞은 경우나 이륙 중 엔진의 고장 등 자연현상이나 비행기 사고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인위로 재연하여 조종사들이 취약한 부분을 반복적 훈련을 통해 기량을 최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모의 훈련장치는 비행장치 외에도 자동차, 배 뿐 아니라 근래 들어서는 핵발전소 등 작은 실수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는 곳에서도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시뮬레이터 항공기의 비쥬얼은 기종마다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는데, 대형항공기와 소형항공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땅의 높이까지도 다르게 보이며 눈이 와 있는 활주로를 이륙하거나 비에 젓은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상황들이 실제와 같이 재현되며, 해가 지고 있는 황혼에서의 이·착륙 등 어떠한 상황도 재현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창 밖으로 김포공항의 이착륙방향과 주변의 건물 등이 실제모습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게 만들어져 있어 현장에서의 교육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내부좌석은 좌측에 기장과 우측에 부기장이 탑승하며 보조승무원이 뒤쪽에 탑승하게 되는데 실제와 다른 것은 비행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좌석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빼고는 비상시 조종사의 탈출을 위한 장비까지도 실제와 같은 자리에 갖추어져 있다. 이곳의 한 시뮬레이터는 93년 대전엑스포에 전시되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항공기의 두뇌를 양성하는 이곳 운항훈련원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의 손상된 이미지 뿐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FSB (FlightSafety Boeing Training International)의 위탁 교육이다. FSB사는 지난 97년 플라이트세이프티사와 보잉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세계 최고의 비행 및 정비훈련 전문업체로 대한항공은 FSB에게 향후 2년간 대한항공의 조종사 훈련 및 평가 부문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부터 매 분기별 평균 50여명의 FSB 교육인력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가?

조종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대한항공에 가(假)입사한 교육생들은 처음 제주도의 비행훈련원에서 입사교육과 기초학술 훈련과정 등을 교육받는다. 기초학술훈련과정이 끝난 후 미국의 비행학교(FLYING SCHOOL)에서 중등비행과정까지 마치고 면장을 취득한 후 제주도로 다시 돌아와 고등비행과정을 마치게 된다. 이 과정만 1년 6개월에서 2년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1인당 1억5천만원이 넘는 경비가 소요된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 전부가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생의 도태율이 7.6%나 된다. 이들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진도부진으로 인한 탈락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끝나면 신규기본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구체적인 비행교육은 이제부터다. 이 과정에서 지상학습과 계기비행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처음 부조종사 초기과정은 중소형기로 분류해 교육이 실시되며, 이 과정에서 국내 교통안전협회에서 면허시험을 본다. 시험을 통과한 자에 한해 당당한 대한항공 운항승무원으로 비행을 하게 된다. 이후 중·대형기로 분류되는 부조종사 전환과정을 통해 더 복잡한 교육과 함께 항공기의 선장인 기장으로의 과정을 밟게 된다. 보통 126개월에서 130개월간의 부기장 기간을 거쳐 기장이 되고 나서도 중소형기로 분류되며, 이후 기장전환과정을 통해 중 대형기로 분류되는 체계적이고 어려운 인내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동안의 운항승무원은 군을 통해 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였지만 현재는 항공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확대되면서 국내외 항공교육기관들을 통해 조종사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파일럿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일반인의 참여가 가능한 일일 프로그램 이용방안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나항공 운항훈련원 관계자는 "아직 현 조종사들의 훈련을 실시하는 관계로 시간적 여력이 없어 이곳 운항훈련원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수는 없다"고 전하고, "현재 초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견학을 실시하는 꿈나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단체로부터 견학을 원할 경우 운항교육에 피해가 없는 한도에서 절차를 밟아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유시영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ava7449@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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