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단복제 첫 기소…검찰 "저작권 침해"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인터넷 상에서 남의 글을 무단 복제해 게시한 행위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약식기소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남의 글을 무단 복제해 게시하는 행위가 네티즌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저작권법 위반혐의 적용은 큰 파장을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김상우(金相佑)검사는 1일 인터넷 주소(도메인 네임) 등록 대행업체인 ㈜인터넷프라자시티 법인과 ㈜후이즈 법인, ㈜후이즈 직원 이모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의 경우 법원은 검찰의 기소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액수로 확정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인터넷프라자시티는 지난해 6월 경쟁업체인 후이즈 홈페이지에서 후이즈측이 작성해 게시한 ‘도메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도메인 설명문을 무단 복제해 같은 해 10월까지 게재한 혐의다.

후이즈 직원 이씨는 같은 해 12월 인터넷프라자시티가 도메인 설명문을 무단 복제해 게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증거확보를 명목으로 인터넷프라자시티의 홈페이지 전부를 다운받아 자사(自社) 컴퓨터에 저장한 뒤 인터넷에 올려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검사는 “인터넷상에서 남의 저작물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인터넷상에서 이같은 저작권 침해가 무수히 행해지고 있다”며 “다만 저작권 침해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인데 피해자들이 고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처벌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전문가인 박성호(朴成浩)변호사는 “특히 저작물을 함부로 다운받아 ‘퍼온 글’이라는 이름으로 무단 게재하는 것은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변호사는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문제의 글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인지의 여부”라고 말했다.

박변호사는 “예컨대 인터넷 신문의 경우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시사보도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창작성이 가미된 해설기사 등은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인터넷 신문에 올라 있는 해설기사 등을 무단 복제해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변호사는 “남의 저작물에 대해 인용표시를 하는 경우 인용이 일부에 그친다면 저작권 침해라 할 수 없지만 ‘정당한 범위 내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하지 않는’ 인용, 예컨대 저작물 전체나 대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인터넷프라자시티의 경우 후이즈의 글 중 ‘도메인이란 무엇인가’와 ‘도메인 분쟁사례’ 등 두 건을 무단 복제했는데 ‘도메인 분쟁사례’는 이미 다른 기관에 의해 작성 공개된 글이기 때문에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은 제98조 1항에서 ‘저작재산권 기타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방송 전시 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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