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상처받은 내면' 그림으로 치유하기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정직한 미술치료 이야기' 박승숙 지음/들녘 펴냄▼

미술치료? 미술로 병을 치료한다고?

미술치료는 말 그대로 미술을 통해 정신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자폐증 환자 치료에 주로 활용된다.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로 임상에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직한 미술치료 이야기’는 미술치료 전문가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임상경험을 가감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정신분열을 겪고 있던 21세 여대생 환자에 대한 치료 기록이다.

미술치료는 ‘그림에는 그린 사람의 내밀한 정서가 가감없이 드러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자신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발견하고 이를 화면에 표현하면서 심리적인 위안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창작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치유의 힘이다. 미술치료는 창작 행위에 숨겨진 이같은 심리적 힘을 임상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콜라주 기법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미술 테크닉으로 현실감이 부족한 정신장애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 하나. 물론 여대생 환자가 그린 것이다. 환자를 담당한 의사 두명이 길을 걸어가면서 옆의 파란 기와집을 바라본다. 파란 기와집은 환자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집으로 가는 길은 끊겨 있다. 이를 두고 자기방어 심리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그림 그리기를 통해 환자의 내면을 파악하고 또다른 그림 그리기로 그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해 나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성공적인 미술치료 임상기록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도 성공적인 치료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직한’ 미술치료 이야기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미술치료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색다름이 있다. 264쪽 85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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