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진보?]임지현-이진우씨, 강준만씨 비판 반론

  • 입력 2000년 5월 1일 18시 48분


《한양대 임지현교수(사학)는 ‘일상적 파시즘론’을 통해, 계명대 이진우교수(철학)는 ‘서양콤플렉스론’을 통해 각각 한국 학계의 학문 풍토를 비판해 화제가 돼 왔다. 이번에는 전북대 강준만교수(신문방송학)가 무크지 ‘인물과 사상’ 최근호에 두 교수를 비판하고 나서 두 학자의 주장이 다시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임교수는 계간지 ‘당대비평’(1999년 가을·겨울호)의 특집 ‘우리 안의 파시즘’을 통해 이념적으로는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보수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우리 현실을 지적했다.

이교수는 저서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민음사, 1999)에서 자생적 학문 패러다임을 시도해 온 서울대 조동일, 고려대 이승환,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가 서양과의 대립을 통해 우리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서양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강교수의 비판과 이에 대한 두 교수의 반론을 정리한다.

▽강교수의 ‘일상적 파시즘론’ 비판〓파시즘 또는 보수와 맞서 실천해야 할 한국현실에서 보면 일상적인 의식변화나 논하고 있는 임교수의 ‘일상적 파시즘론’은 일종의 ‘진보 허무주의’다.

‘일상적 파시즘’론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원초적으로 그 어떤 대안도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임교수의 반론〓민주화를 추구한다면서 권위주의적이었던 박정희정권을 그리워한다든가 진보를 논하면서도 집에서는 가부장적 문화를 유지하는 것 등이 일상적 파시즘의 단적인 예다.

정치 경제적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 개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우리의 문화와 의식에서 보수적인 파시즘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보수적인 한 진정한 진보와 민주주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일단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안을 모색 중이다.

▽강교수의 ‘서양콤플렉스론’ 비판〓‘서양콤플렉스’를 비판하는 이교수가 도리어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 이교수가 한국학자들의 글을 거의 인용하지 않고 독일의 예만 주로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적반하장 콤플렉스’와 ‘독일콤플렉스’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낙천 낙선운동’ ‘최장집교수 사건’ ‘진보평론’ 등에 관해 비판적인 글을 쓴 것을 보면 실제로는 보수이면서 ‘보수콤플렉스’에 빠져 억지로 ‘진보’를 위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교수의 반론〓자생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학자들의 역할은 의미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특수성과 보편주의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발전적 방향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연구가 빈약한 분야에서 외국자료를 주로 이용하는 것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낙천 낙선운동’ ‘최장집교수 사건’ ‘진보평론’ 등에 관해 비판적인 글을 쓴 데 대해서는 건전한 비판일지라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원래 의도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무조건 진보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한국지식인들의 풍토에서 진보적 운동이라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