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수 대통령科技자문위원장, 한국 원자력 비판 책 펴내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10분


“국가기간산업인 원자력사업이 출발부터 정치권의 금고 역할을 함으로써 왜곡됐습니다.”

‘원자력발전 안전 민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익수(朴益洙·76) 대통령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이 한국 원자력 반세기의 역사를 정리해 최근 펴낸 ‘한국원자력창업사’ ‘한국원자력창업비사’ ‘한국원자력측면사’ 세 권의 책(과학문화사 간)에는 뼈아픈 ‘내부자 증언’이 담겨 있다.

“원자력발전 사업은 이로운 만큼 위험도 따릅니다.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원자력법을 따르는 것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질 못했어요. 이 사실을 역사에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썼습니다.”

63년 초대 원자력위원회 상임위원을 시작으로 줄곧 원자력행정에 관여해온 그는 “71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당시 보고서가 올라갈 때만 해도 권력층의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막상 원자로형을 만드는 외국의 회사들이 막대한 커미션을 제시하자 정치권에서 직접 나서 사업을 챙겼다”고 말했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정권 최대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꼽히는 영광 3,4호기에 대해 “진동문제 등 안전성에 하자가 많았지만, 정권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감시조차 받지 않으려고 법까지 임의로 고쳤다”고 밝혔다.

박위원장은 특히 한국의 원전사업이 끊임없이 시민저항에 부닥친 이유에 대해 “외국에서는 주민 설득 등 부지 선정에 평균 20년이 걸렸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주민에게 ‘공장’이라고 속여 건설하다가 반발이 거세지면 경제발전 등을 내세우며 강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하니 불신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원자력행정의 핵심 조직에 있으면서도 줄곧 “아니다”는 목소리를 내온 그는 그래서 ‘반(反) 원전주의자’로 오해받았으며, 정보기관의 내사를 받기도 했다. “사욕을 좇는 권력가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라 살림 걱정보다는 패거리이익을 좇는 전문 과학기술자들의 이기주의도 고쳐야합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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