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수학사이트 '정사모'

  • 입력 2000년 1월 10일 20시 31분


“기본문제 8-1 모범답안에서 어떻게 r+4가 r-1하고 같은지 그 과정을 알고 싶네요. 책에서는 설명없이 그냥 넘어가니까 어려워요.”

한 고교생이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자 몇 시간만에 자세한 설명이 떴다. 수학참고서 ‘정석’에서 이름을 따온 ‘정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정사모)’의 인터넷사이트(www.jungsamo.com).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2학년생 4명이 만든 무료 수학과외 사이트다.

작년 10월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궁리를 하던 이재현씨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컨텐츠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한 것이 이 사이트의 시작. ‘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것은 수학과외’라는 데 쉽게 의견이 모아졌다.

▼질문에 친절-신속한 답변▼

“사정상 과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너무 쉬운 문제인 것 같아 남들한테는 창피해서 못 물어봤던 것도 언제든 익명으로 물어보세요.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드릴게요.”

‘최대한 친절하고 자상하고 빠른 답변’이 이들의 목표. 사이트는 정석관련 질문, 노하우, 체험수기 게시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를 풀다 막히는 것은 ‘정석관련 질문’란에 올리면 ‘공통수학’은 이재현 이택형씨, ‘수학1(문과)’은 유태경씨, ‘수학2(이과)’는 양병우씨가 친절히 답해준다. ‘노하우’란에서는 행렬의 성질, 원순열 간단히 푸는 법 등의 알짜 비법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작년 11월말 문열 때만 해도 ‘고등학생들이 인터넷으로 게임이나 하지 누가 공부를 하겠나’ 하고 걱정했지만 슬슬 소문이 퍼져 학생들이 하나둘 찾기 시작했다. 6일 카운터를 단 이후 3일만에 조회수 200을 넘었다.

▼과외교사 경험 2년▼

이들이 ‘정석’을 택한 이유는 고등학생 대부분이 갖고 있는 참고서이고 혼자 공부하기에도 좋기 때문. ‘정석’을 내는 출판사와는 관계가 없다. ‘정사모’ 네 명은 중3때 ‘정석’책을 처음 잡아 학원을 다니거나 혼자서 파고들었다. 수능시험 수학성적은? 둘은 만점을 받았고 둘은 한 문제씩 틀렸다.

대학입학 후엔 모두 2년씩의 수학과외교사경험이 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했더니 알아듣더라’는 과외시절의 노하우를 요즘 인터넷사이트에도 한껏 활용하는 중.

무료사이트라 돈버는 것도 없지만 보람은 크다. “가르쳐주신 수1 확률분포가 해결되어 기뻐요”라는 감사의 글이라도 받으면 감동받아 눈물이 다 나온다는 이들이다. 일부러 간편한 웹에디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html언어로 작업하면서 인터넷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정석’으로 출발하긴 했지만 대학생활에 대한 궁금증이나 공부방법에 대한 질문도 잘 대답해 줄 거에요. ‘정사모’가 대학생 형과 오빠를 만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윤경은기자> keyoon@donga.com

‘정사모’에게 “수학이 재미있었느냐”고 묻자 대번 “싫어했어요” “그 고통을 알아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들은 “수학은 머리가 아니고 노력”이라며 “수학실력을 다지는 데는 방학이 제일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지 ‘정사모’ 네 명의 귀띔을 놓치지 말자.

▽ 이재현씨〓수학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동물적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손이 나간다. 교과서와 수능용 문제집의 문제를 손에 익을 때까지 무조건 많이 풀어라. 해도 모르는데 계속 진도만 나가면 수학이 싫어진다. 남들이 ‘정석’ 공부한다고 따라하지 말고 중1 교과서부터 다시 공부해라.

▽ 이택형씨〓수학은 정직한 과목이다. 무조건 공부한 데서 문제가 나오니까 공부하기만 하면 점수가 오른다. 수학문제란 결국 핵심개념의 응용일 뿐. ‘로그의 기본 성질’같은 개념과 그 식의 유도과정을 확실히 알면 문제 푸는 데 어려움이 없다.

▽ 유태경씨〓떨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문제가 길거나 도형이 복잡하면 일단 떨고나서 안 풀린다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학생이 많다. 평소에 포기하지 말고 문제를 끝까지 풀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나도 중3때 수학을 못 했는데 중2 교과서부터 공부했더니 1년 뒤 빛을 발했다.

▽ 양병우씨〓고등학교 때의 별명은 ‘수학맨’.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정답이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매료되어 늘 수학문제만 풀었다. 고3때는 다른 과목 공부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수학문제를 놓고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다. 고1,2때 한 문제에 10, 20분씩 투자해 생각을 많이 해둬야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윤경은기자> 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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