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씨, 국립박물관장 퇴임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홀가분하면서도 섭섭합니다. 이제 여유를 갖고 저의 전공인 도자기공부에 매달리고 싶습니다. 큰 과오없이 관장직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개방 임용제 기관으로 선정됨으로써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21일 자리에서 물러난 정양모(鄭良謨·65)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6년, 박물관 학예직으로 37년. 오랜 시간 함께했던 국립박물관을 떠나며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박물관의 미래’였다.

“문화의 출발은 전통문화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전통문화는 다른 문화분야에 비해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박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국립박물관이 정부나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대접받는 기관이 됐으면 합니다.”

그가 관장을 맡았던 6년은 박물관사에 있어 대변혁의 시기였다. 그 대표적인 것은 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와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신축 추진.

그는 새로운 박물관은 전문성이 중시되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그러기 위해선 용산 박물관에 전시할 좋은 유물을 구입해야 하고 그 유물을 보존하고 연구할 전문인력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제대로된 대표작이 없는 현실을 예로 들면서.

민족주의 사학자인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선생의 막내 아들로 국내 도자기 분야의 권위자인 정관장. 우리의 전통 도자기부터 현대 도자까지 모두 연구할 수 있는 도자문화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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