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고객, 5년만기 비과세저축 '금리분쟁'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9시 47분


5년만기 비과세 가계저축에 가입한 고객의 금리책정 문제를 놓고 은행과 고객간에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은행 약관에 따르면 96년 10월부터 작년말까지 한시 판매된 비과세 가계저축은 최초 3년간 가입시점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되 4년째가 되면 금리를 새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5년만기 가입자들은 향후 2년간은 확정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은행들이 3년전 이 상품을 판매할 때 확정금리에 따른 만기 지급목표액까지 제시하면서 5년짜리 가입을 권유했을 뿐 나중에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례〓자영업을 하는 정모씨(32·서울 동대문구 장안동)는 96년 10월23일 A은행 동대문지점에 매월 100만원씩 5년간 6000만원을 붓는 조건으로 비과세 가계저축에 들었다.

정씨는 “창구직원은 만기까지 확정금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3년보다는 5년제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며 5년만기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씨에게 적용된 금리는 연 11.5%. 은행측은 원금 6000만원에 5년간 연 11.5%의 이자를 계산해 만기일인 2001년 10월23일의 ‘목표액’ 7753만7500원을 정씨의 통장에 기재해줬다. 통장에는 ‘저축금액을 매월 동일한 날짜에 넣을 경우 만기일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보충설명이 붙었다.

만기가 되면 이 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정씨는 가입 4년째가 되는 올해 10월분부터 적용 이자율이 종전의 연 11.5%에서 가계우대정기적금 수준인 연 8.0%로 3.5%포인트나 떨어진다는 사실을 며칠 전 통보받고 깜짝 놀라 은행으로 달려가 항의했으나 은행측은 묵살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정씨가 앞으로 2년간 종전처럼 연 11.5%를 적용받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지만 유치에만 급급해 고객의 불신을 자초한 은행측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은행측은 “통장에 찍힌 ‘목표액’은 말 그대로 목표일 뿐 이 금액을 반드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며 “5년제 가입자도 3년이 지나면 금리가 바뀐다는 점을 상품안내 유인물에 분명히 기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고객이 처음 계좌를 틀 때 이같은 금리조건의 단서사항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은행이나 지점이 적지 않았다는 점.

은행권에서는 비과세 가계저축에 가입한 100여만개의 계좌중 65∼70%가 5년만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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