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이것이 일본만화다」

  • 입력 1999년 10월 8일 17시 54분


▼프레드릭 L.쇼트 지음 /김장호 박성식 옮김 / 다섯수레/ 327쪽 / 1만5000원 ▼

이 책을 들이미는 순간 당신은 “우리가 일본만화에 대해 아직도 더 알아야할 것이 있는가”라고 물을지 모른다. 저자는 그런 질문에 대해 “당신은 코끼리(일본만화)의 어느 부분을 보고 코끼리를 다 보았다고 말하는가”라고 되물어 올 것이다.

한해 아이슬란드 국민총생산액의 2배에 달하는 돈을 만화책을 사 읽는데 쓰는 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열다섯권의 만화를 읽는 나라, 일본.(95년 기준).

미국인 문화평론가이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저자는 일본의 ‘망가(漫畵)’를 산업적 측면과 사회문화적 영향력, 작가론과 작품론 등 여러 각도에서 때로는 현미경 때로는 망원경을 들이대며 분석한다. 일본만화산업의 바닥을 더듬을 때는 생산부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좇아간다.작가나 작품을 분석할 때도 당시 사회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려 애쓴다.

만화평론가 이명석씨(‘일본만화 편력기’의 저자)는 “이 책만큼 총체적으로 일본만화를 분석한 예가 드물기 때문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96년 미국에서 ‘Dreamland Japan’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이 98년 일본에 역수입돼 ‘일본만화론’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는 것도 상징적인 사건.

비(非)일본인인 저자의 일본만화 분석이 신뢰성을 갖는 이유는 풍부한 현장정보에 있다. 저자는 공식자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일례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대한 만화시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평균 관람객 20만명이 모여드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동인지박람회 ‘고미케토’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도 분석에 깊이를 더한다. 섹스와 폭력만화의 대표주자인 마루오 스에히로의 ‘사랑하는 쇼와’ 등을 분석하며 그 정신적 연원을 할복자살한 극우파 작가 미시마 유키오, 미학적 기원을 19세기 일본의 우키요에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무잔에(無慘繪)’의 잔혹한 그림들에서 찾는 식이다.

96년 현재 일본만화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성장신화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세상은 ‘더 많이’ ‘더 특별한’ ‘더 재미있는’을 요구하는데 일본만화업계는 ‘질보다 양’이라는 질병에 걸렸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시장의 규모 덕분에 백만장자 만화가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창조적인 예술혼은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라고 묻는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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