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푼 신라인의 사랑…'서동요'등 3편 가무악 공연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자줏빛바윗가에핀철쭉/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신다면/꽃을꺾어바치오리다’(헌화가)

‘선화공주님은/남 그윽이 정을 두어/마동서방을/밤마다 몰래안고다니시어라’(서동요)

신라시대부터 고려 전기까지 창작돼 현재 25수만 전해지는 향가. 그 자유분방함과 섬세한 감수성이 현대시에 못지 않는 우리의 고대 시가이다. 이 아름다운 사랑노래를 춤으로 풀어낸다면?

서울예술단의 가무악 ‘향가―사랑의 노래’는 춤과 노래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무대다. 30∼10월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서동요’ ‘헌화가’ ‘찬기파랑가’를 모두 ‘사랑’이란 테마로 풀어내는 가무악이다. 손인영 안애순 최현 등 30대부터 70대까지의 안무가 3명이 각각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동서양 음악이 만나는 뮤지컬 ‘바리 잊혀진 자장가’, 풍물과 록이 어우러지는 금요상설무대 ‘뜬쇠’, 가무악 ‘상생―비나리99’ 등 꾸준히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추구해 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작품이다. 강은교 시인이 향가를 소재로 시를 짓고, 디자이너 진태옥이 의상을 만들었다.

신선희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서동요’는 젊은이의 풋사랑, ‘헌화가’는 최고의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사랑, ‘찬기파랑가’는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사랑으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개성있는 세 명의 안무가들은 각각 색다른 스타일로 작품을 풀어나간다. 최현은 ‘헌화가’를 전통적인 한국춤으로,손인영은 ‘서동요’를 한국춤과 현대무용을 접목시킨 테크닉으로, 안애순은 ‘찬기파랑가’를 예불음악 창 랩 등을 결합시킨 음악에 맞춘 역동적이면서 미니멀한 춤사위로 보여준다.

그러나 가(歌)무(舞)악(樂)의 3대 요소중‘춤’에만너무 역점을둔느낌.출연진이 대부분 무용수들이어서 노래와 생음악이 살아 있는 진정한 가무악을 연출해내지 못한 느낌이다. 오후 4시,7시반. 1만∼3만원. 02―523―0984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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