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휴대전화 선택아닌 필수"…'나만의 공간'에 매료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주위사람이 새 휴대전화를 샀을 때 “야, 참 작네” 하면 구세대, “인터넷 되는 거네” 하면 N세대.

01*을 고를까 01#를 고를까 망설이다 “뭐가 더 잘 터지나” 따지면 구세대, “어떤 부가서비스가 있나” 따지면 N세대.

귀에 대고 통화만 하면 구세대, 게임하듯 양손으로 마구마구 눌러 ‘문팅(문자메시지 채팅)’까지 하면 N세대.

‘N세대(Net Generation)’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세대를 일컫는 말.

그들에게 휴대전화는 더이상 서로의 목소리만을 전하는 기계가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1인용 생필품이자 손안에 들고 다니는 ‘작은 우주’. 비록 “(우리)우물 안 개구리 맞아…요?”하는 신세더라도 ‘너를 위해 준비한’ 자기만의 감성을 뽐내고 ‘스무살의 자유’를 한껏 누리게 하는….

▼어떤 일상▼

㈜로커스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강성학씨(29). 오전7시 휴대전화 알람으로 잠에서 깬다. 밤새 휴대전화로 수신된 바이오리듬 오늘의운세 날씨정보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업무 중 짬이 나면 전자수첩만한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휴대전화를 들고 화장실로 간다. 주식거래서비스에 접속, 5000원 오른 주식을 즐겁게 팔아버린다. 수시로 들어오는 E메일도 휴대전화로 즉각 읽는다.

퇴근 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중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언뜻 보니 ‘투넘버’번호가 찍혀있다. ‘앗, 내 투넘버 번호를 알고 있는 건 여자들 뿐인데.’

“지금 통화하려면 1번, 음성사서함으로 전환하려면 2번”이란 안내말에 얼른 2번을 눌러 고비를 넘긴다.

무사히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기 직전.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문자메시지를 찍어 여자친구의 휴대전화에 남긴다. “잘 자.”

▼사적 자유의 무한 확대▼

15일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103만여명으로 유선전화 가입자 수(2078만여명)를 앞질렀다. ‘유선전화+a’의 기능을 선호하는 N세대가 휴대전화로 몰리기 때문.

84년 출범한 선발주자 011을 제외하면 016,017,018,019 모두 10대와 20대 가입자가 40%안팎을 차지한다. 서비스를 일찍 시작, 업무용 수요자가 많은 반면 10대,20대가 10%에 불과하던 011은 아예 ‘스무살의 011 TTL’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고 출시 두 달 만에 45만명을 끌어들였다.

과거, 한밤중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식구들 깰세라 목소리를 죽였던 시절이 있었던 구세대에게 전화는 1가구 1대의 재산이었다. N세대에게 휴대전화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완전 1인용품. 언제 어디서든 ‘사적(私的)영역’을 확보하고, 심지어 확대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난데!”를 외쳐 ‘휴대전화 공해’를 빚을 만큼.“

▼휴대전화는 나 자신▼

” 그들은 휴대전화 크기, 액세서리, 심지어 벨소리로 ‘신분’과 감각 취향을 알리는가 하면 같은 번호를 쓰는 ‘패밀리’끼리 강한 동류의식을 갖기도 한다.

대학생 우승교씨(24·성균관대 기계공학과 3학년)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싶으면 PCS끼리 가능한 호출서비스로 자기 PCS번호를 보낸다. 걸려오는 전화만 받으니 통화요금은 거의 나가지 않는다. 요즘은 친구들이 영악해져서 우씨의 호출을 받고도 똑같이 호출해오는 것이 고민.

더군다나 휴대전화 한대에 두개의 번호를 주는 서비스가 나오면서 인간관계도 각별한 사이와 ‘캐물으면 다치는’ 사이로 이원화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음성통화 이외의 영역인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나날이 덧붙여져 구세대와 N세대의 간격은 더욱 벌어지는 추세. 그들은 구세대가 엄두도 못낼 빠른 속도로 웬만한 ‘말’은 휴대전화 버튼을 꾹꾹꾹 눌러보내고 다양한 정보까지 뽑아낸다.

“스물다섯살만 넘어도 무선데이터서비스를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 알더라도 몇 번 시도해보다가 포기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넓은 세상이 펼쳐지는데도 누르는 것이 불편해서 안한다.”(한국통신프리텔 홍보팀 박홍희씨)

물론 어느 CF에서처럼 해변가의 늘씬한 여인이 화면 안에서 손짓하는 휴대전화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N세대에게 휴대전화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환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은 분명하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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