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새음반 '비엔나'…왈츠선율에 실린 '천상의 목소리'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올해는 ‘왈츠의 왕’ 요한 시트라우스의 서거 1백주년. 빈에서 열리는 각종 화려한 축제야 먼나라 얘기일 수도 있다. 새음반을 통해 전해져 오는 소식은 어떨까?

시트라우스의 대표 오페레타 ‘박쥐’의 신보라도 나왔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없다. 매년 발매되는 ‘신년음악회’음반도 별다를 것이 없다.

실망할뻔한 순간,눈여겨 볼 만한 음반이 나왔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화려한 목소리로 엮어낸 ‘비엔나에서 오는 메아리’(에라토 발매). 올해 음반계가 거둔 여러 열매 중에서도 특히 기획의 묘미로 눈길을 끄는 음반이다.

실린 작품은 본래 소프라노용으로 작곡된 ‘봄의 소리 왈츠’, 기악곡을 편곡한 ‘안넨 폴카’, ‘박쥐’를 비롯한 오페레타의 아리아 등.

이화려한춤곡들을엮어내는 데 조수미의목소리는더할나위 없는 적역이다. 한없이가볍게떠다니는그의 목소리와함께듣는귀도 지상의 공간을 넘어 살짝 떠오른다. 크리스탈과 같이 투명하게 맺히는 그의 고음은,대기권을 넘어 순백의 태양을 맨몸 그대로 받아들이는 환상을 일으킨다.

시트라우스의 시대 또한 또하나의 ‘세기말’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극단의 섬세한 표현으로 치달으며 부서질 듯 약해지고 있었던 당대의 예술은 ‘즐거운 춤곡’정도로만 인식돼온 시트라우스의 음악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섬세함은 열기를 머금은 조수미의 섬세한 목소리에 그대로 맺혀 반짝이는 결정(結晶)을 이룬다.

결점은? 템포가 늘어진다. 좀 더 훌륭한 반주를 만났으면 더 나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박쥐’서곡 등 관현악만으로 연주되는 트랙은 더더욱 실망스럽다. 현악의 섬세한 표현 등 악단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를 끌고가는 지휘는 신통치 않다. ★★★☆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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