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PD 팬들에 얼굴공개…『욕설없이 노래로 승부』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24일 오후5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T레코드 앞. 남성 성기를 지칭하는 욕설과 직설적 사회비판으로 올초 가요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PD(본명 조중훈·23)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 얼굴을 처음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2집 ‘조PD 인 스타덤―버전2.0’의 발매를 기념하는 팬 사인회.

2집이 1집과 제목이 같고 버전업됐다고 해서 강렬한 메시지가 음악을 압도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 조PD는 “이제는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겠다”며 2집에서 욕설을 철저히 배제했다. 또 음악도 힙합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장르를 담아냈다. ‘제도권’과의 마찰에 신경쓰면서 최대한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욕이 묻어난다.

그 결과 2집은 오히려 ‘세기말 음악’이라 불리는 테크노부터 날렵한 멜로디를 부각시킨 트립합(힙합의 변용 중 하나)까지 수용한 왕성한 ‘음악적 식욕’을 보이고 있다. 독일 테크노그룹 ‘666’의 ‘Amokk’가 나이트클럽을 휩쓸고 있고, 미국의 그룹 ‘매시브 어택’이 주도하는 트립합이 ‘대안 힙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국내 상황을 기민하게 간파했다는 느낌이다.

테크노는 타이틀곡으로 잡은 3번 트랙의 ‘Fever’에 가장 잘 드러난다. ‘party continues…’라는 부제가 상징하듯 가볍고 밝은 느낌을 주어 어두운 분위기의 1집과는 전혀 다른 느낌. 2번 트랙의 ‘악동이’는 트립합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난다.

하지만 1집의 직설화법을 기대했던 팬들 중 일부는 조PD가 1집을 낼 때부터 상업화 전략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저항의 메시지로 시선을 끈 후 한결 순화된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해 TV 등 제도권과 타협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

물론 조PD는 앨범 곳곳에 자신이 ‘정통 힙합맨’임을 자처하는 가사를 심어놓았다. “…피라미같은 무용단들은 떠나라/MC와 DJ가 만드는 힙합나라…”(‘Fever’)라든지 “…여전히 후진 음악은 들리지만…/ …그렇게 박박 그게 힙합이라 우겨도/ 못난 여자가 모나리자가 될 수 없듯…” (‘나의 라임 연습장’) 등. 하지만 오히려 이같은 가사가 2집의 대중성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팬들 사이에서 제기된다면 조PD는 또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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