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셜룩 홈스의 과학미스테리'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셜룩 홈스의 과학미스테리' 콜린 브루스 지음/이덕환 옮김/까치 펴냄/336쪽 9000원▼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였던 마이클 패러데이는 한 자루의 양초가 타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무궁무진한 과학적 진리를 설파했다.

이 책은 패러데이의 이 정신을 계승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양초 대신 영국이 자랑하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그의 친구 왓슨의 힘을 빌렸다는 것.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에 사는 물리학자다.

12편의 독특한 사건들을 통해 홈스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물리학의 법칙들을 하나하나 흥미롭게 파악해나갈 수 있다. 지동설, 에너지의 발견, 원자의 입증, 시간의 상대성, 양자론, 다중세계모형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의 중요 패러다임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다.

원래 코난 도일 소설이 그렇듯이 살인사건 등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이 헐레벌떡 홈스의 응접실로 뛰어들고 홈스가 얽힌 실타래를 풀듯 해답에 접근해가는 이야기 전개방식이다.

‘사라진 에너지’편에서는 잠수부가 차가운 바다 밑에서 열상을 입고 숨진 사건을 괴팍하고 변덕스러운 챌린저 교수의 열역학에 관한 설명을 통해 해결한다. 또 ‘원자론도 모르는 의사’편에서는 돌팔이의사의 가짜약 처방만 믿고 왓슨의사의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그 약이 가짜임을 밝힌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라는 존재가 실재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저자가 홈스 왓슨 등의 입을 통해 강조하는 ‘과학하는 자세’에 관한 충고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언제나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나 역설에 직면하게 되면 처음에 생각했던 가정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이 더 심오한 문제를 제기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저자는 97년 이 책을 썼다. 그러나 컴퓨터는커녕 전자계산기도 없고, 현미경이라고 해야 오늘날 한국의 중고등학교 실험실에서 쓰이는 것이 고작일 정도의 20세기 초를 시대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굳이 그렇게 한 의도는 무엇일까? 컴퓨터나 첨단과학기구가 없이 이런 빈약한 도구만으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문하고 추론하고 계산할 줄 아는 ‘머리’가 있다면 누구라도 과학적 진리를 밝혀낼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홈스의 지적 탐험을 좇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모험을 시작하기 전 종이와 펜, 백과사전이나 중고교 물리책을 옆에 챙겨두는 것도 독서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옮긴이는 양자화학을 전공했으며 3권의 교양과학서를 쓴 서강대 교수.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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