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태공망」/백성=하늘 理想國 낚아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태공망」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양경미 옮김/까치 전3권 각 320쪽/7500원 ▼

고대 중국의 전설적 인물 ‘강태공(姜太公)’의 일생을 일본의 저명한 중국고대사 연구가이자 작가인 저자가 ‘시경(詩經)’‘서경(書經)’‘열선전(列仙傳)’ 등 관련기록과 갑골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오늘날 낚시꾼을 일컫는 말의 유래가 된 ‘강태공’은 ‘태공망(太公望)’으로도 불렸다. 고대 중국에서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운 문왕(文王)이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그를 만나, 자신의 아버지 태공(太公)이 오랫동안 바라고 있던(望) 인물이라고 한 데서 ‘태공망’이란 이름이 유래한다.

태공망은 후대에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사상가와 정치가들이 재현하려 했던 ‘도덕과 예의의 이상시대’를 역사에 등장시킨 전략가이자 사상가였다. 한 마디로 삼국시대의 제갈공명이었던 셈. 산악지대 유목민인 강족(羌族)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은나라 주왕(紂王)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요동(遼東)으로 가서 40년 동안 숨어지냈다. 그 뒤 다시 반계(磻溪)에서 3년 동안 낚시를 했으나 전혀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주위사람들이 낚시를 그만두라고 말렸다. 그러나 그는 “당신들은 알지 못하오” 하고 낚시를 계속했으며 그 뒤 때를 만나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세운다.

당시 은나라는 왕이 신적 존재가 되는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였다. 은나라 왕들은 이민족을 사로잡아 제사의 산제물로 바쳤으며, 전쟁마저도 자신의 신과 이민족의 신이 싸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녀를 싸움터의 선두에 세우기도 했다. 신의 정치는 결국 인간을 멸시하는 정치체제를 가져와 부패와 잔혹성이 극에 이르렀다.

태공망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주왕과 은나라에 대한 원한을 승화시켜 신이 아니라 인간이 주인이 되는 세상, 곧 하늘과 백성이 하나가 되는 중국 고대의 이상사회를 실현시켜 나갔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해낸다. 작가는 또 태공망을 권모술수의 인물이 아니라 밝고 당당하며 정면승부를 좋아하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태공망은 주나라를 세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후 중국 동부지방을 분봉받아 제나라의 군주가 된다. ‘제(齊)’란 글자가 의미하듯 그는 이 나라를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로 건설하려 했다. 또 자신의 민족인 강족 외에 다른 민족들도 흡수해 ‘다민족 국가’를 건설했다. 이런 열린 세계관으로 제나라는 후대인 춘추전국시대에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고 이 책은 소개한다.

증국문화의 원형이 형성된 중국고대사를 폭넓게 이해하면서 이상적 인물을 탐험할 수 있어 책 읽는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인물이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져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같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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