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얽힌 뒷얘기/한기호]홍세화씨의 화려한 귀국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7분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14일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온 ‘마지막 정치적 망명객’이 있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그는 누구보다도 한 권의 책의 위력을 실감하며 비행기 트랩을 내렸을 것이다. 파리의 한 이방인에 불과했던 그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의 출간을 계기로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귀국한 것.

첫 책 출간 당시 주요 언론이 아예 외면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출간 2개월만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출간된 95년에만 30만 권이 판매됐다. 책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일류대 출신의 미남 지식인 엘리트가 16년 동안이나 머나먼 이국 땅을 떠돌며 지상에서 갈 수 없는 유일한 나라 ‘꼬레’를 그리워하며 쓴 인생유전의 이야기를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카피성 제목으로 절묘하게 뽑아낸 데 있었다.

사실 그가 파리에서 택시를 운전한 것은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제목은 그의 인생의 어느 한 단면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것. 마치 디자이너가 사진의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부분을 과감히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는 책인세로 세금을 빼고도 억대의 돈을 벌었다. 일본에서도 책이 출간돼 국제적 명사가 됐다. 또 결국 ‘화려한 귀국’을 할 수 있었다.

이 책 출간 당시 초판은 2만 부나 발행했지만 판매는 미미했다. 하지만 유독 한 대형서점에서만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친구의 책 출간을 너무 기뻐한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여러 차례 다량 구매한 것이었다. 영업자는 이것을 많은 독자들의 자연스러운 구매로 오판, 즉시 중쇄제작을 결정했다. 그러나 출판사는 찍어놓은 이 책들을 어떻게 해서든 팔려고 갖은 애를 써야 했다. 결국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된 것은 한 신문 논설위원의 칼럼 덕택이었다.

바로 며칠 전 저자와 출판사 직원들은 뒤늦은 회식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 제목을 주도적으로 정했던 편집자와 한 순간의 오판으로 애(?)를 먹었던 영업자는 이미 회사를 떠나 참석하지 못했다.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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