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윤이상씨 「심청」27년만에 고국 첫선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26분


그동안 용궁을 떠돌았던가. 심청이 27년만에 고국에 돌아온다.

72년 뮌헨올림픽 문화행사로 독일이 세계인에게 선보인 윤이상 오페라 ‘심청’. 22일부터 6월2일까지 네차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윤이상의 무대음악이 국내에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초연당시 “동양의 신비한 정신세계를 심오한 음향과 정밀한 설계로써 표현해냈다.”는 격찬을 받은 ‘심청’. 그러나 이후 유럽과 고국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버림받은 딸’이 됐다. 유럽에서는 합창단을 포함, 2백여명이 넘는 인원을 윤이상 특유의 음악언어로 훈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고국에서는 그의 정치적 색깔을 둘러싼 논쟁이 공연의 걸림돌이 됐다.

관람자에게도 ‘심청’이 마냥 쉽게 다가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서구의 전위(前衛) 음악어법에 동양의 세계관과 음조직(音組織)을 결합해 독특한 세계로 꾸며냈기 때문. 그렇다고 멀리할 수 만은 없다.전문가들은 “공연에 대비해 몇가지 감상포인트를 착안하면 훨씬 마음에 와닿는 ‘심청’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의 전통 오페라처럼 아름다운 아리아와 선율을 찾으려 말아야 한다. 극의 상황을 설명하는 합창에 주목하고, 멜로디보다는 음향의 색깔에 귀를 기울이면 이해하기가 쉽다.”고 작곡가 김정길(서울대 교수)는 조언한다.

이번 연주의 지휘를 맡는 최승한(연세대 교수)은 “다양한 리듬이 ‘심청’의 묘미”라고 설명한다. “서구의 기법을 사용해 동서양의 리듬을 갖가지로 나타냈죠.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가 권하는 또하나의 감상포인트는 ‘목소리와 관현악의 대비’다. 등장인물의 소리와 반주부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는 듯 하다가도 상이한 대비를 이루며 정교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

연극적 요소도 전통적인 심청과는 차이가 있다. ‘인신공양만으로는 부친의 눈을 뜨게 할 수 없었다’는 심청의 반성이 극의 큰 기둥을 이룬다. 연출을 맡은 문호근(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은 “전통적 심청과의 차이에 낯설어하기 보다는, 심청의 새로운 성격에 호기심을 갖고 감상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심청’은 22,25,27, 내달 2일 오후7시반, 30일 오후3시반에 공연된다. 심청역에 소프라노 김애경 박미자, 심봉사역에 바리톤 김동섭이 출연한다. 02―580―1234(예술의전당)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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