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발레,판박이 레퍼토리 식상…지젤등 3대작품 편중

  • 입력 1999년 3월 15일 18시 55분


발레팬들은 착잡하다. ‘지젤’이 한달 사이에 두번 무대에 올려지고 고정레퍼토리 ‘백조의 호수’가 다시 팬들을 찾기 때문이다.

‘지젤’은 지난달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한데 이어 국립발레단이 30일부터 또 무대에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백조의 호수’를 3월 정기공연 작품으로 내놨다. 연말 고정 레퍼토리인 ‘호도까기 인형’이 지난 연말 공연된 것까지 꼽으면 ‘3대 히트시리즈’가 무대를 독점하는 셈이다.

“고전발레 레퍼토리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힘든 형편이다. 발레단들은 “관객들이 특정작품만 ‘편애’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지난 12월 ‘호도까기 인형’을 올려 10일간 내내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9천만원의 흑자를 냈다. 이에 반해 이 발레단이 고전발레 소품들을 모아 공연한 6,9월 정기공연은 고작 총수입 2천여만원에 그쳤다. 물론 적자다.

국립발레단도 지난해 12월 ‘호도까기 인형’으로 90%의 유료좌석 판매율을 기록했지만 한 달 앞서 공연한 창작발레 ‘바리’는 나흘 동안 50%대에 그쳤다.

그러나 관객들의 대작 편애현상은 발레단들의 창작 아이디어 빈곤과 맞물려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외국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코펠리아’를 포함한 4대 발레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볼쇼이나 마린스키(키로프)발레단이 70여년 동안 1백여편의 창작발레를 선보이는 등 창작과 희귀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선사하는 자세는 본받아야한다.”고 무용평론가 박성혜(월간 ‘몸’편집장)는 밝혔다.

물론 우리의 경우 의상 조명 등 창작발레를 위한 필수분야의 수준이 낮아 발레단들이 새 레퍼토리를 찾는 모험을 피하려는 의식도 강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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