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봉」없는 서울시향, 4년째 표류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서울시향요? 1년전쯤 보러 갔죠. 협연자는 헛손질을 남발하고, 금관도 틀린 소리를 내고…그 뒤로는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최근 한 연주회에서 만난 음악애호가의 말. 한국의 대표 교향악단으로 KBS교향악단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이 4년째 상임지휘자 공백상태를 맞으면서 무관심속에 표류하고 있다. 정기연주회 평균 유료관객수는 5백명선. KBS교향악단이 1천2백명정도의 고정 유료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시향이 방향타 없이 흔들리기 시작한 때는 96년 12월 상임지휘자 원경수씨가 퇴임하면서부터. 97년 10월 독일인 베른하르트 귈러가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계약직전 무산됐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서울시가 매년 1억5천만원에 달하는 개런티 지급에 난색을 표했던 것.

97년 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이 ‘민간 예술인으로 세종문화회관 관장을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세종문화회관 산하인 서울시향의 지휘자 선임은 기약없이 미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야 세종문화회관을 독립법인화하는 개혁안이 마련됐고 서울시는 ‘3월 중 세종문화회관의 이사진을 선임해 새 체제를 출범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상위기관의 행정공백 속에 상처받은 시향의 입지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산도 동결돼 현재 신입단원의 급여는 KBS교향악단의 절반 수준.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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