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씨, 내년초 「포스트…」展 기획

입력 1999-01-15 21:11수정 2009-09-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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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휴양지 마이애미시의 해변에 인접한 한 아파트. 백남준씨(67)가 89년부터 매년 1월∼3월 두달간 뉴욕을 벗어나 머무는 곳이다.

백씨는 최근 열렸던 마이애미 아트페어(미술 시장)에서 현대 미술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임을 인정받아 ‘아트 마이애미 99 비전’상을 받았다.

백씨의 건강은 훨씬 좋아보였다. 96년봄 뇌졸증으로 몸의 왼쪽 일부가 마비돼 팔은 움직이지 못하나 다리는 앉은채 무릎 높이까지 들어보인다.

백씨는 매일 오전 1시간 보조기구에만 의지한 채 마비된 몸을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해 걷는다. 주위에서는 운동하는 도중 백씨가 “사는 게 이처럼 지독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먼저 수상 소감부터 물었다.

“잘됐지 뭘. 이 집에 사는 몇몇 예술가들에게 뻐기고 싶었거든.”

백씨는 요즘 2000년 1월∼3월 열리는 뉴욕 소호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시는 새 밀레니엄을 맞아 레이저와예술의새로운만남을선보이는것으로비용만해도1백10만∼1백50만 달러로 추산된다.

전시는 나선형으로 된 9층 높이의 구겐하임 미술관 바닥 중앙에서 천정으로 레이저 빔을 쏘아 올리고 각 층마다 백씨의 역대 작품들을 선보인다. 레이저를 쏘아 올리는 기기는 미해군이 극비리에 제작한 것으로 수만가지 색을 낼 수 있으며 그 주변에 3백여대의 TV를 설치한 비디오 가든도 꾸민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포스트 비디오 아트’로 잠정 결정했으며 구겐하임미술관의존핸하트필름 및 미디어 아트 담당 수석 큐레이터 등 관계자들과 협의중이다.

백씨는 포스트 비디오 아트에 대해 “비디오 아트의 문을 열었으니 이제는 그곳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며 “레이저라는 새로운 과학 매체를 예술과 접목시켜 고전적인 숭고미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비디오 아트의 신기원을 이룩한 작가. 존 핸하트도 “현대문명에 대해 혜안을 가졌던 백남준은 50년전부터 테크놀러지의 혁명적 변화를 아트로 승화시켰으며 TV라는 기계를 인간화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백씨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과학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냐고 했더니 “그건 인텔리의 자격지심이지”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 기획은 마무리 단계. 3월에는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백씨는 수개월전 첫 모델을 보고 “망고 맛처럼 맛있다”고 표현했다고 작가이자 조수인 조너선 호프만이 전했다. 망고는 과일의 여왕.

집안에는 직접 그린 색색의 드로잉 작품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꽃이나 금강산 등을 드로잉으로 그리는 것도 백씨의 일과중 하나다.

아내이자 유명 비디오 아티스트인 구보다 시게코에게 백씨는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작품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하지 않는 편. 백씨는 “아내는 물을 주소재로 사용하는데 이번에 내가 레이저를 이용하면서 물을 사용하게 됐다”며 웃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 방미때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앞에서 백씨의 바지가 흘러내린 해프닝에 대해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간호사없이 혼자 들어갔다가 급히 일어서는 바람에. 아무도 눈치 못챘는데….”

백씨의 레이저 전시는 4월에는 스페인에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옮겨 열린다. 백씨는“5월경에 한국에서도 레이저를 이용한 전시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애미〓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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