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혼란]병원-여행사 장기예약 「버그 조심」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41분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문제(일명 밀레니엄버그 또는 Y2K)가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밀레니엄버그의 우려속에 엉뚱하게 ‘99버그’가 등장하는가 하면 국내 각 기관과 산업계에도 밀레니엄버그의 출몰에 대비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2000년이 아닌 99년 올해에도 ‘예약’이나 ‘시효’가 있는 분야에서 밀레니엄버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분야를 조심하라〓대학병원의 명의(名醫)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1년 정도 기다리는 것은 보통. 이 경우 올해 진료예약을 하더라도 병원의 컴퓨터가 2000년을 ‘00년’으로 인식해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산원 이용효Y2K센터장은 “지난해말 대학병원의 Y2K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자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뿐만 아니라 여행사 항공사 철도 호텔 등 고객들로부터 장기예약을 받는 곳은 모두 Y2K를 미리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여권 등 ‘시효’를 표시하는 분야는 특히 올해 밀레니엄버그에 주의해야 한다.

▽무방비상태인 비(非)전산분야〓사람들은 흔히 밀레니엄버그를 컴퓨터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산업체에서 쓰는 첨단기계에는 대부분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반도체가 내장돼 있다. 이 반도체에 입력된 ‘연도’표기가 밀레니엄버그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한국중공업은 수치제어기계(CNC)를 공급한 미국 F사가 폐업해버려 Y2K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99버그’와 밀레니엄버그의 차이〓새해 첫날 스웨덴 스톡홀름공항에서 ‘99버그’로 인해 여권발급이 일시 중단된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99’나 ‘9999’를 ‘작동중지’나 ‘파일 끝’을 의미하는 에러메시지로 인식하게 돼 있었기 때문.

정보통신부 신순식초고속망기획과장은 “99버그는 소프트웨어 제작과정에서 개발자의 오류에 의한 것이고 피해도 미미하기 때문에 Y2K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연도표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측면에서 ‘99버그를 광의의 밀레니엄버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99버그는 올 한해 동안 크고 작은 에러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월9일과 9월9일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4월9일은 올해 99번째 날이고 9월9일은 ‘9’자가 겹쳐 컴퓨터에서 9가 네자리 겹친 ‘9999’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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