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젊은층 심리테스트 붐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8시 21분


“여행을 떠났는데 세 갈래 길이 나왔어. 한 쪽은 폭우가 쏟아지는 길, 다른 한 쪽은 해가 쨍쨍하지만 바닥은 진창인 길, 나머지 하나는 안개가 자욱한 길이야. 어디로 갈거야?” “안개낀 길.”

“그 길을 지나니까 도로 한복판에 열쇠가 하나 떨어져 있어. 가지고 갈래, 아니면 두고 갈래?” “가져 갈래.” “가다보니 큰 집이 있어. 대문이 열려 있을 것 같아, 아니면 닫혀 있을 것 같아?” “열려 있을 것 같은걸.” “집 안에 들어가보니 거실에 아름다운 커튼과 오래된 책, 값비싼 양탄자가 있어. 셋 중에 어느 걸 갖고 갈래?” “오래된 책.” “집 밖에 나와보니 배가 고픈데 사과가 잔뜩 달린 사과나무가 서 있어. 몇 개나 따먹을거야?” “음…. 세 개쯤?”

“어느 길을 가느냐는 그 사람의 성격이야. 폭우가 쏟아지는 길은 의지가 강한 형, 해가 난 길은 쉽게 포기하는 형, 안개낀 길은 어려움을 사서 하는 사람이야. 열쇠는 ‘요행’을 바라느냐, 아니냐 하는거고. 대문은 그 사람의 대인관계, 즉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대하느냐 하는거지. 커튼은 용모, 책은 학벌, 양탄자는 재력인데 이성의 어떤 부분을 중시하느냐 하는거고. 사과의 숫자는 원하는 애인의 숫자야.”

컴퓨터프로그래머 장선희씨(27)는 친구들과 모여 앉기만 하면 그간 수집한 ‘심리테스트’를 꺼내 놓는다. 장씨는 “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얘기지만 일단 재미있고 짧은 시간에 사람의 속마음을 얼추 알아볼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한다.

10여년 전부터 여성지에 약방의 감초처럼 실려온 ‘심리테스트’. ‘나의 애정타입’ ‘자기에게 맞는 배우자’ ‘혈액형별 성격’ 등 소박한 형태로 시작된 심리테스트가 최근 1, 2년새 젊은이들 사이에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심리테스트 붐’의 주역 중 하나인 심리공학연구소(www.mindtest.com) 최창호소장(심리학박사). “IMF시대가 ‘심리테스트’의 인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 답답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예측하며 통제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중인 심리테스트들은 대부분 관련서적이 많이 나와 있는 일본에서 건너와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첨삭된 것들. 최근에는 최소장 등 국내 ‘실용파’ 심리학자들도 가세. 테스트의 종류도 ‘직장내의 적응도’‘개인의 경제적 성향’ 등으로 다양해졌다.

다음은 최소장이 고안한 ‘나의 경제감각 테스트’.

▼질문〓외국의 골동품 상점에 들어갔다. 권총 호롱(불) 촛대 지갑 시계 다섯가지 물건이 있다. 한 가지만 고른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해석 △권총〓모험투자형. 수입이 많지만 지출도 많다 △호롱(불)〓이상주의자형. 재테크를 할 때 남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촛대〓낭비형. 유희욕구가 강하며 ‘쇼퍼홀릭’(쇼핑중독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갑〓지혜로운 경제인형. 절약하지만 쓸 데 쓸 줄 아는 사람 △시계〓자린고비형. 절약정신이 투철하지만 쓸 데 쓸 줄 모르는 사람.

최근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망에서도 ㈜한국데이터하우스(Go Simri) 등이 제공하는 심리테스트 서비스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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