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서양근대혁명사 3부작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16분


프랑스혁명은 위대한 사건이었는가. 바스티유 감옥의 함락은 진정, 분노한 민중의 승리였는가. 바스티유 감옥에서 해방된 사람은 온전치 못한 예닐곱 명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혁명은 결국 절대주의로 회귀하지 않았는가. 당시의 상황은 과연, 혁명을 해야 할 만큼 최악이었는가. 무의미한 혁명으로 역사는 오히려 뒷걸음치지 않았는가. 대체 왜 이 혁명 때문에 수십 수백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만 했는가.

홍익대 김민제교수(역사교육과)의 서양 근대혁명사 3부작,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 ‘프랑스혁명의 이상과 현실’ ‘러시아혁명의 환상과 현실’(역민사).

서양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혁명을 하나의 큰 틀 속에 놓고, 혁명의 장미빛 꿈과 이상을 그 냉혹한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역사적 사실을 문학적 구성과 철학적 사유라는 낯선 그릇에 담아 여느 역사서에서 보기 힘든 강렬한 메시지를 뿜는다.

17세기 영국의 시민혁명. 저자는 그것이 혁명이 아니라 내전(內戰)은 아니었던가, 하고 묻는다. 혁명으로 백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그 이후엔 단지 ‘왕정 복고’로 돌아갔을 뿐이었으니, 이 혁명이 애초에, 일으킬만한 가치는 있었던 것인가….

러시아혁명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하다. 러시아 혁명은 태어나서는 안될 혁명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러시아가 겪고 있는 극심한 정치 경제적 위기는 바로 이 혁명의 휴유증으로 단죄된다.

각기 한세기 반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들 혁명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과 비판적(수정주의적) 입장을 나란히 접하면서 독자들은 적지않이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면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이들 혁명의 실체는 무어란 말인가.

‘혁명가는 언제나 낭만적 존재였고, 못가진 자의 희망이었다. 가진 자에겐 악몽이었다. 그러나 혁명의 꿈이 성취되는 순간, 혁명은 어김없이 그 꿈을 배반해왔다. 혁명의 비참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혁명의 꿈과 현실, 우리는 그 어느 편에 서야 있는가….’

이 책의 미덕은 어쩌면, 바로 그 점에 대해 결론을 유보하고 있는데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지금 이곳의 현실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며 ‘오늘’에 대한 치열한 반성(反省)과 미래 지향의 문제는 결국 독자들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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