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근무자들, 한여름에도 덜덜 『더위가 뭡니까?』

입력 1998-07-30 19:26수정 2009-09-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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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냉동창고로 들어가 보자. 등줄기에 흐르던 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콧속부터 얼기 시작해 윗니와 아랫니가 저절로 부딪치면서 온몸이 오싹해진다.

제일냉동식품 인천공장 물류파트에서 근무하는 이정현씨(30)는 영하 20도의 냉동창고에서 일한다. 바깥 세상보다 기온이 50도 가량 낮은 대형창고에서 지게차로 냉동식품을 옮겨와 냉동트럭에 싣는 것이 이씨의 업무.

영하 20도면 얼마나 추울까. 재고 전표를 작성하다가 무심코 계산기를 갖고 들어가면 여지없이 액정이 터져 버린다. 물건을 나르는 지게차도 혹한에서 견디는 배터리를 장착한 특수지게차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청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노릇. 1주일에 한두번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9백60평의 창고를 24시간 얼어붙게 만드는 데 드는 전기료는 한달에 7천만원.

여기서 일하려면 한겨울에나 입는 두툼한 방한복에 방한모, 귀마개 등을 착용하고 장갑은 두개를 겹쳐 껴야 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머물기는 불가능. 30분 가량 일한 뒤 바깥에서 5∼10분 정도 휴식해야 한다.

삼복 더위에 창고 밖으로 나오면 너무나 ‘따뜻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고 더위를 느끼기까지는 30여분이나 걸린다.

이씨는 “어쩌다 점심시간에 겨울용 잠바를 입고 식당에 가면 주위사람들이 ‘저 사람 미쳤나’하는 눈길로 쳐다보곤 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전에 ‘피서’란 단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의 주된 휴가철은 여름이 아닌 봄 가을.

한여름에는 시베리아 벌판과 열대지방을 오가며 일하는 셈이라 체력소모가 심해 피로가 몰려오기 쉽다. 이씨는 바깥 세상으로 완전히 나가기보다는 냉동창고 입구의 0℃ 쯤 되는 곳에서 몸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곤 한다.

영하 20도가 약과인 곳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얼리는 급속동결실이 바로 그 곳.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빙그레 식품연구소에서 빙과류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김성수(37)과장은 신제품 생산테스트를 위해 영하 50도의 급속동결실로 들어간다. 급속동결실은 빙과류를 빠른 속도로 냉동시키는 장소.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냉동인간처럼 재빨리 얼려야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의 맛이 살아난다.

급속동결실에 들어가면 곧바로 머리에 성에가 허옇게 낀다. 아무리 옷을 많이 입는다고 해도 여기서 일한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 이 때문에 김과장은 출입문을 열어둔 채 5분 정도 제품 상태를 살펴보고선 얼른 나온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김과장이 하루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20여개. 여름에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단 것을 계속 먹다보니 직업병으로 충치가 생기기 쉽기 때문.

“맛에 대한 감각을 젊게 유지하기 위해 올들어 담배도 끊어 버렸습니다. 해외 출장을 가도 공원 벤치에 앉아 외국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게 일이지요. ‘추운’ 직장이라 그런지 친구들의 우스개가 약간만 ‘썰렁’해도 오한이 날 지경입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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