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갤러리, 국보급 조선후기 미술품 전시

  • 입력 1998년 7월 27일 19시 34분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금강전도(金剛全圖)’. 그리고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유압도(遊鴨圖)’ ‘소림명월’(疎林明月)’과 ‘영조어진(英祖御眞)’ ‘정조대왕필파초(正祖大王筆芭蕉)’, 도자기 ‘청화백자죽문각병(靑華白磁竹文角甁)’.

이 모두가 조선 후기 미술의 걸작으로 국보나 보물이다. 상당수는 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려 낯익다.

호암갤러리가 10월11일까지 여는 ‘조선후기 국보전’에서 이 명품들을 실물로 들여다볼 수 있다. 2백50여점을 궁중미술 서화 도자기 불교미술 등 여덟개 장으로 나눠 선보인다. 국보 5점과 보물 13점이 한 자리에 나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조선 후기는 한국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선 후기는 18,19세기 2백여년간의 영정조시대. 이 시기는 한국 미술의 르네상스기로 통한다. 18세기부터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 것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19세기에는 그 미의식이 서민으로까지 확산된다.

조선 후기의 걸작들은 자아의 발견이라는 근대 문화의 양상이 두드러진다.

‘인왕제색도’나 ‘금강전도’는 국보 216호와 217호. ‘인왕제색도’는 당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화풍으로, ‘금강전도’는 기존의 관념산수에서 벗어나 우리 산하를 제대로 보자는 진경(眞景)산수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단원은 경쾌하고 서정적인 화풍의 인물화와 풍속화로 당대 회화의 폭을 넓혔고 추사의 세한도는 선비의 고고한 정신을 그려낸 문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무학의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은 ‘홍백매병풍’(紅白梅屛風)에서 보듯 호방한 화풍을 휘날린다.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작품설명회. 월요일은 휴관. 02―771―2381.

〈허 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