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미인 「향수의 유혹」…나이·체형 맞춰 선택

  • 입력 1998년 7월 26일 19시 55분


‘멍멍, 컹컹’. 개 짖는 소리. 어느 집 대문앞에 집결한 온갖 종류의 동네 개들. 두 발로 서서 대문을 긁어대는 놈, 대문 틈에 코를 들이밀고 필사적으로 킁킁대는 놈. 담 너머에서 암내를 풍기는 암컷에 다가가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들. 이성을 느끼라고 동물은 후각을 선물받았을까. 혹시 사람도?

노출과 땀의 계절인 여름은 향수의 계절. 향을 알고 향내를 맡아보자.페로몬은 없다페로몬. 곤충이나 동물의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피우는 냄새. 수컷은 이 냄새를 맡는 순간 암컷을 향해 ‘돌격 앞으로’. 사람도 한 때 페로몬으로 이성을 유혹했다는 설. 지능이 발달하면서 문명이 시작되고, 시도 때도 없이 ‘번식행위’를 즐기면서 페로몬을 내뿜는 기관은 퇴화하고 땀냄새만 남았다. 그리고 퇴화한 인간은 향수(香水)에서 페로몬에의 향수(鄕愁)를 느낀다.

▼ 그래도 페로몬은 있다? ▼

주부 이모씨(29·여). 대학시절 남자친구가 선물했던 상표인 에스떼 로데의 ‘뷰티풀’을 계속 쓰는 그는 “그와 만날 때는 뷰티풀이 늘 함께 있었다”며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감정은 향수와 함께 남아있다”고 말한다. 평소 ‘코코샤넬’을 쓰는 S사 김모대리(27·여)가 데이트할 때 뿌리는 향수는 캘빈클라인제품. 그는 “남자친구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향”이라며 “‘향궁합’이 깨질까봐 향수를 바꿀 수 없다”고.

성균관의대 피부과 박기범교수. “모근에 사는 박테리아가 땀을 변질시켜 생기는 체취는 기본적으로 악취다. 사람은 몸냄새만으로 이성을 유혹하기 힘들다. 좋은 향은 사람을 자극한다.”

▼ 어떤 향을 쓸까 ▼

한불화농 향료연구소 이승훈실장은 “곤충의 페로몬같은 ‘즉효향수’는 없지만 나이와 계절 시간 장소에 따라 향수를 선택하는 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20대후반∼30대는 여성스러움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과일향계열의 여러가지 꽃의 복합향인 ‘프루티 플로랄’. 중년여성은 나무향과 톡쏘는 향, 향이 오래가는 동물성향취가 강한 오리엔탈이나 여기에 꽃향이 가미된 플로리엔탈이 적합. 10대나 20대 초반 여성은 자칫 상표만 보고 향수를 선택했다가 ‘애늙은이’로 오해받을 수도. 발랄한 꽃향과 감귤향의 복합향이나 상쾌한 바다향이 적당.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강한 향을 피하는 게 상책. 숲속의 풀잎향취를 느낄 수 있는 ‘그린’이나 상쾌한 바다향이 좋다. 산뜻한 느낌을 주는 포도나 오렌지 레몬과 같은 감귤계의 향수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 어디에 뿌릴까 ▼

향은 아래에서 위로 퍼진다. 직접 피부에 사용할 때는 체온이 높은 손목이나 귀뒤 목에 뿌린다. 향수가 피부에 맞지 않는 사람은 화장솜에 향수를 살짝 뿌려 브레이지어나 주머니에 넣는다. 스커트나 바지 단에 뿌리는 것도 요령. 땀이 많이 나는 겨드랑이에 직접 뿌리는 것은 금물. 땀냄새와 향이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난다.

▼ 어떤 향수를 고를까 ▼

향수전문점 파팡드오의 엄혜원차장은 “향수를 고를 때는 원하는 타입을 매장에서 2,3가지 소개받아 하나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

오감(五感)중 가장 예민한 코는 3가지 이상의 향수냄새를 맡고나면 더 이상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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