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시대 통신파워 「두얼굴」…신문고 역할-인권침해소지

  • 입력 1998년 6월 9일 19시 44분


컴퓨터통신이 대중화되면서 PC통신의 여론방이 ‘사이버 시대’의 억울함과 불의를 호소하는 ‘넷 신문고’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게재된 고발 폭로 및 호소문은 순식간에 수천∼수만명의 ‘네티즌’이 조회를 하면서 금세 여론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달말 사회적 주목을 끌었던 서울 K초등학교 1년 이모군(8)에 대한 여교사 전모씨(61)의 체벌논쟁이 대표적 사례.

이 글은 금세 조회건수가 2만건을 넘어섰고 ‘교사를 당장 구속하라’는 등의 격앙된 목소리가 통신망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교육청은 해당 교사와 학교에 대한 진상조사 및 감사에 나섰다.

인기 여자탤런트 김모씨(22)가 최근 자기 소유의 고급 스포츠카 등 외제 승용차 3대를 처분하고 국산차를 구입한 ‘사건’도 ‘넷 신문고’의 위력 때문.

최근들어 ‘넷 신문고’는 소비자 보호운동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지난 연말 노트북 컴퓨터의 애프터서비스문제를 놓고 S전자의 불친절을 고발한 한 대학생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회사측의 ‘위협’까지 낱낱이 속보 형식으로 전하는 등 반년에 걸친 ‘고독한 투쟁’끝에 공식사과를 받아냈다.

또 지난달말 고속도로에서 승합차가 전소됐던 박모씨(31)는 ‘PC통신 투쟁’을 통해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자동차회사로부터 새 차를 인도받았다.

하지만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일방적 게재를 통한 명예 훼손사례와 사생활 침해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6·4 지방선거때도 이같은 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시민운동단체들의 통신망 구성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 강명구(姜明求·언론정보학과)교수는 “PC통신을 합리적이고 건강한 토론의 공간으로 이끌어나가는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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