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트벵글러-번스타인, 자작곡 지휘음반 「이채」

  • 입력 1998년 4월 20일 09시 52분


“지휘는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예요. 나의 보람은 오직 작곡이지요.”

20세기초의 대음악가인 구스타프 말러의 말. 다른 ‘겸업’지휘자들도 그와 같은 마음일까.

‘푸르트벵글러의 교향곡’ ‘쿠세비츠키의 협주곡’ ‘번스타인의 미사’…. 대지휘자들이 자신의 작곡솜씨를 발휘한 음반이 잇따라 나와 시선을 모은다. 이중 푸르트벵글러, 번스타인의 작품은 작곡가 자신이 지휘봉을 든 음반. LP시대에 선을 보였다가 잊혀졌지만 작품의 역사적 가치에 힘입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지휘자의 고유한 음악관(觀)이 숨어있던 음반들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청년시절 ‘작품을 구상하다보면 잠을 잘 수 없어’ 작곡가의 길을 포기한 푸르트벵글러. 그는 2차대전의 절망을 담아 47년 2번 교향곡을 완성했다. 브루크너를 닮은 풍요한 후기낭만주의 스타일의 작품으로, 사색적인 2악장 안단테는 작품의 백미(白眉)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오리지널스 시리즈의 하나로 출반됐다.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연주.

쿠세비츠키의 콘트라베이스 협주곡은 콘트라베이스 주자로 음악인생을 시작한 그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 1905년 모스크바에서 발표됐다. 개리 카가 연주하는 ‘비르투오조 콘트라베이스 협주곡집’음반(코흐슈반) 첫곡으로 실렸다. 활달한 명인기를 발휘하기 보다는 안으로 숨어드는 사색이 돋보인다.

번스타인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이미 작곡가로서도 널리 알려진 지휘자. ‘미사’는 71년 발표된 작품이다. 오케스트라에 전자기타 드럼 등이 가세해 고전 낭만 대중음악 무조음악(無調音樂) 등이 교차하는 혼성적 작곡기법을 선보인다. 작품속 ‘단순한 노래(심플 송)’ 등은 단독으로도 널리 연주된다. 버크셔 소년합창단 등이 연주에 참여했다. 소니.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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