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키워요/주한외국인]남아공대사관 영사부부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아프리카 속의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주한 남아공대사관 요한 심스 영사(35)의 집은 남아공의 전형적인 백인가정.

오후4시경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내 심스영사집. 안주인 르네(32)가 두아들 레이나드(8·외국인학교 4년)와 퀸튼(6·외국인학교 1년)에게 남아공의 공용어인 아프리칸스어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자 형제는 영어로 대답한다.

“농구시합에서 우리팀이 이겼어요.”(레이나드)

르네부인은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한 일이라도 잘 한 일은 격려하고 잘못한 일은 바로잡기 위해 아이들과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르네부인이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퀸튼은 2년전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영어를 못했으나 이젠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사용하는 영어만을 쓰려고 한다.

컴퓨터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게임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숙제시간은 30분∼1시간. 나머지 시간은 거실이나 마당에서 뒹굴며 논다.

저녁식사는 온가족이 함께. 심스영사도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가족의 화목이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 “남아공의 전통이라기 보다는 우리가족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문득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는 남아공의 ‘뼈아픈 역사’가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피부색보다는 인간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저녁마다 TV를 함께 보며, 또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어주며 ‘약자’존중과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한다.

그는 ‘아프리카적 기질’을 ‘적극적이고 자연과 친하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주말에 가족끼리 꼭 야외에 나가는 것도 아프리카적 ‘탐험정신’ 때문이라고. 그러나 지리를 몰라 서울에 와서 가장 멀리 가 본 곳은 경기도 용평.

남아공에서 아이들은 사회와의 접촉준비를 두 살때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부모들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자녀를 일찍부터 유아원에 보내고 5,6세가 되면 취학준비를 위해 1년 과정의 유치원에 입학시킨다. 집에서 쓰는 말에 따라 아프리칸스어학교 혹은 영어학교에 보낸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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