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聲의 테너 브라이언 아사와의「16세기…가곡집」나와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가수의 목소리는 용모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대답은 물론 ‘아니오’다. 거대한 체구와 ‘도끼눈’을 가진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는 가녀리고 구슬픈 아리아들을 잘 소화해낸다. 테너 윌리엄 마테우치의 얼굴은 ‘산적’을 연상케 하지만 목소리만은 더할나위 없이 서정적이다. 그렇지만 파바로티의 넉넉한 미소속에서 특유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카레라스의 연약해보이는 표정에서 내성적인 그의 노래를 연상한다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이 가수의 목소리는 어떨까. 약간 이상한 포즈이긴 하지만, 진한 눈썹과 날렵한 몸매를 가진 이 남자의 노래는 어떨까. 놀라지 말것. 그의 목소리는 ‘여성’그 자체다. 최근 첫선을 보인 음반 ‘16세기류트반주가곡집’(RCA)에서 브라이언 아사와는 그 어떤 여성가수보다 더 여자다운 소리를 들려준다. 알토 이상의 음역(音域)을 노래하는 남성가수 즉‘카운터테너’는 오늘날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지만, 아사와처럼 여성의 음역과 음빛깔 모두를 정교하게 뽑아내는 가수는 찾기 쉽지 않다. 다울랜드 캠피언 등 영국작곡가의 가곡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벨벳천에 연한 불빛이 비치는 듯 윤택한 질감을 드러낸다. 아늑한 비브라토(목소리 떨림)가 돋보이며, 차분하게 표정을 가라앉힌 가사의 표현력도 일품. 목소리만으로 얼굴을 상상해보는 ‘눈가리기 게임’을 한 결과 게임에 참가한 모두가 ‘인생의 참맛을 알기 시작한 원숙한 나이의 여성’과 같다고 그의 목소리를 평했다. 카운터테너란 특별한 훈련에 의해 남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음높이를 노래하는 가수. 바로크시대에 전성기를 이루다 그뒤 인기가 사라지면서 잊히다시피 했다. 그러나 2차대전후 바로크음악의 부활과 ‘원전연주’붐에 힘입어 제2의 융성기를 맞게 됐다. 무반주 6중창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킹스 싱어스’의 선율성부도 바로 이 카운터테너가 담당하고 있다. 바로크시대에는 영화 ‘파리넬리’로 낯익은 거세(去勢)가수 ‘카스트라토’도 유행했지만 19세기말‘마지막 카스트라토’알레산드로 모레스키를 끝으로 이 야만적 풍습은 사라져버렸다. 음반의 주인공인 브라이언 아사와는 일본계 미국인. 91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디션에서 우승, 세계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96, 97년 시즌에는 베를린 국립가극장에서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에, 네덜란드 가극장에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 출연하는 등 국제적인 가수로서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카운터테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안드레아스 숄, 제임스 바우만 등 카운터테너의 새 음반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으며 다음달 27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카운터테너 슬라바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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