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새책]「화요일의 두꺼비」

  • 입력 1997년 12월 6일 08시 22분


▼화요일의 두꺼비<사계절 펴냄>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겨울날. 클로버차를 곁들여 맛있게 딱정벌레 과자를 먹던 두꺼비 워턴이 말했다. 『이걸 툴리아 고모께 갖다드리면 참 좋아할텐데』 듣고 있던 형 모턴이 펄쩍 뛴다. 『무슨 소리야. 밖은 지금 한 겨울이야』 팔짱을 낀 채 몸을 한껏 젖히고 생각에 잠기는 워턴. 눈을 껌벅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꾸―움―벅, 꿈―벅, 그리고 나서 꿈벅, 꿈벅꿈벅, 꿈벅꿈벅꿈벅…. 순간, 워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환하게 번진다. 『맞아. 이렇게 하면 되잖아』 『어떻게?』 『음, 우선 몸이 얼면 안 되니까 꽉 끼는 스웨터 세 벌과 두툼한 외투 네 벌을 껴입고, 두꺼운 장갑 두 켤레를 끼고, 귀까지 덮이는 따뜻한 모자를 쓰는거야. 거기에다, 에…, 눈밭을 다니려면 스키를 타야지』 먼 길을 떠나는 두꺼비 워턴. 살고 있던 골짜기를 벗어날 무렵, 등잔불 같은 노란 눈동자를 가진 무시무시한 올빼미와 마주친다. 『두꺼운 옷 속에 있는 게 두꺼비 맞니?』 『으응, 맞아』 『지금은 한겨울인데 뭘 하고 있니?』 『툴리아 고모 댁에 가는 길이야』 『음, 이젠 우리 집에 가야겠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있어 줘야겠어. 내 생일날 잔치음식이 필요하거든』 워낙 명랑한 성격을 타고난 워턴. 올빼미 집에 끌려와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곳저곳을 청소하기도 하고 느긋하게 차를 끓여 마신다. 올빼미는 믿을 수가 없다. 『워턴, 내가 잡아 먹겠다고 한 말 못 들었어?』 『들었어』 워턴은 계속 꼼지락거리며 되레, 올빼미에게 묻는다. 『이름이 뭐야?』 『몰라. 그런 거 없어』 『그럼 친구들이 뭐라고 부르는데?』 『난 친구 없어』 『참 안됐구나』 그러자 올빼미가 퉁명스럽게 받는다. 『아니, 참 안됐지 않았어. 난 친구 따윈 필요 없어. 그딴 거 사귀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이제, 제발 조용히 해!』 사계절에서 펴낸 「화요일의 두꺼비」. 「워턴 시리즈」로 유명한 러셀 에릭슨의 걸작동화다. 마치 한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연계에서 먹고 먹히는 천적관계인 두꺼비와 올빼미가 친구 사이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무뚝뚝하고 자존심이 센 올빼미. 올빼미는 낙천적이고 다정다감한 두꺼비를 만나 차츰차츰 마음을 열어 나간다.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의 입김에서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오르듯 둘 사이에 스미는 정감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마침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올빼미의 생일. 그동안 워턴이 올빼미집이 있는 나무 위에서 탈출하려고 만든 밧줄이 발각된다. 벌컥 화를 내는 올빼미. 『아니, 이런…이런…이런…! 이런 걸 만들다니…』 올빼미는 씨근덕대며 그날도, 그 다음날 밤도 워턴에게 말 한마디 건내지않고 등을 돌린 채 잔다. 밤새 뒤척이는 올빼미.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못이룬다. 생일날 아침. 어찌된 영문인지 올빼미는 집을 비우고 없다. 워턴은 그 사이, 우연히 알게 된 사슴쥐의 도움을 받아 올빼미집을 바람처럼 빠져 나온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종이쪽지를 보지못한 채….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워턴! 드디어 화요일, 내 생일이야. 오늘 저녁식사 후엔 네가 제일 좋아하는 노간주나무 열매 차를 마시자. 내가 숲에서 구해올게. ―너랑 친구가 되고 싶은 올빼미가」. 〈이기우기자〉 ▼ 전문가 의견 ▼ 「화요일의 두꺼비」는 장편동화이면서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줄거리가 뚜렷하며, 내용 또한 따뜻하고 아름답다. 현실 세계에서 두꺼비와 올빼미는 천적 관계지만 이런 천적조차도 화해시킬 수 있는 것이 동화의 세계다. 낙천적인 두꺼비와 비관적인 올빼미의 대조되는 성격 묘사도 흥미를 더해주는데, 두 주인공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읽으며 아이들은 밝고 따뜻한 마음은 아무리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도 녹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위기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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