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6일부터 연장공연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고도가 도대체 누구냐. 산울림극단의 단골 레퍼토리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고도를 기다리는 연극인들이 단골로 등장, 『아직도 고도를 못 만났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개성이 뚜렷한 남자들이 나와 횡설수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다가 날이 저물도록 끝내 못만나고, 그래도 내일 또 기다리자고 하는 이 연극. 57년 미국 초연때 연출자 앨런 슈나이더가 작가 사뮈엘 베케트에게 『고도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걸 알았으면 내가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바로 그 인물이다. 기다림 집단의 대장은 물론 연출자 임영웅(61)이다.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탄 69년 국내 초연한 뒤 올해 열번째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고 서교동에 전용 소극장을 지었으며 동아연극상 등 7개의 상을 휩쓸었을 만큼 고도와의 끈끈한 인연, 신앙같은 사랑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난해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부조리극이라는 평을 듣는 이 작품을 유머와 섬세한 감성으로 요리한 것이 임영웅 연출의 특징. 그는 『연극에 회의를 느낄 때 이 작품을 다시 만지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도의 의미를 말했다. 이번 「고도를…」에 출연하는 안석환 한명구 김명국 정재진은 연출자가 『고도를 기다리자』고 한마디만 하면 전원 집합할 만큼 작품에 애정과 사연을 지니고 있는 배우들이다. 점잖고 이성적인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37)는 세번째 출연경력. 이 작품에 욕심을 내지 않으면 배우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극중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연극에 지칠 때마다 「이 지랄은…」하고 중얼거리다가 피식 웃지요. 그런데 힘이 들 때 이 작품을 하면 되레 에너지가 생깁니다. 정말 희한하지요』 안석환(38)은 에스트라공 역할만 세번째. 동물을 의인화하는 자신만의 연기법에 따라 이번에는 애교스러운 토끼처럼 연기한다. 『그만 가자』고 보채다가도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블라디미르의 말에 『아 참, 그렇지』하고 끄덕이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강한 주제의식을 던져준다. 삶이란 끊임없는 기다림의 연속임을. 『이 작품에서 고도란 각자의 마음속에서 간절히 기다리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안석환의 풀이인데, 열정적이고 강한 마력을 지닌 포조 역으로 다섯번째 출연한 김명국(35)도 이 말에 동의한다. 『건강한 아이를 바라며 고도를 기다린 적도 있고 좋은 연극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꿈꾸며 한 적도 있고…』 세번째 출연하는 정재진(45)은 두시간 반의 공연시간동안 딱 한번 폭포수같은 대사를 쏟아놓는 럭키 역이다. 『인생에서 딱 한번이라도 주목받는다면 성공이 아니겠느냐』는 그는 작품을 본 관객들이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극장을 나선다면 성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6일∼12월28일 산울림소극장에서 연장공연. 02―334―5915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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