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하면 바로 나』…장민호씨,4번째 연기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어떤 배우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칠순을 넘긴 장민호씨는 겸허하지만 당당한 음성으로 말했다. 『한국에서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면 가장 적격자는 나라고 자부합니다. 나이 70에 파우스트를 하겠다는 배우가 과연 있을까요』 그가 네번째로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국립극단이 「장민호 연극인생 50년」을 기념해 마련한 무대다. 66년 명동 시공관에서 한국 초연된 「파우스트」에선 학문의 차가움에 실망한 노학자를 연기했다. 74년 국립극단에선 이상향을 추구하다 파멸하는 인물로, 84년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에 도전하는 파우스트로…. 마지막 파우스트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정통적 사실적 연기에 지극히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50년간 정말 행복한 배우생활을 해왔지요. 한번도 고통을 겪거나 후회한 적 없이…. 행운을 독차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24년 황해도 신천생으로 45년 월남, 조선배우학교를 나온 그는 47년 서울중앙방송국 제1기 성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47년 「모세」의 주인공으로 연극에 입문한 뒤 50년 국립극장 산하 신협 입단부터 지금까지 선굵고 중후한, 깊고 진한 연기로 국립극단을 지켜왔다. 그런데 연출을 맡은 「문화 게릴라」 이윤택이 옆에서 도발을 한다. 『70평생 연극을 해온 선생님께 남은 게 뭐 있습니까?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라도 회의에 빠지는 파우스트와 다른 게 뭐 있어요?』 이에 대한 해답은 연극을 보아야 나올 듯하다. 인간 그 자체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포용하는 의미의 「파우스트적 인간」인지, 동시대와 사회 역사에 눈을 열고 있다는 「파우스트라는 연극속의 인간」인지, 아니면 단순히 파우스트를 잘 연기한다는 의미에서인지…. 17∼24일 국립극장대극장. 02―274―1171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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