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왔다…남대천 연어떼 자맥질 한창

  • 입력 1997년 10월 16일 07시 43분


도시는 한밤에도 끊임없이 웅웅웅… 웅얼거린다. 자동차 경적소리, 바람에 뭔가 덜컹거리는 소리,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 아파트 물내리는 소리, 술꾼들의 고함소리…. 도시는 은퇴한 늙은 사내처럼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룬다. 도회지의 삶은 언제나 회색빛. 새벽녘 희뿌연 수은등처럼 고단하고 쓸쓸하다. 그리워라. 『나 언젠가 다시 고향에 돌아가리』 도회지의 지친 영혼들은 가슴속 한편에 「고향의 꿈」을 기른다. 수십년 객지로 떠돌다가 어느 보름날밤 몰래 찾은 고향마을. 차마 마주보기 부끄러워 동네어귀만 맴돌다가 돌아서버린 발길. 왜 도회지인들의 고향은 늘 꿈으로만 남을까. 왜 연어처럼 온 몸으로 찾지 못할까. 그대, 왜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가. 연어가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어떼가 돌아왔다. 강원도 양양의 젖줄 남대천은 지금 어른 허벅지만한 연어떼들의 자맥질이 한창이다. 생후 석달쯤된 어린 연어가 이 곳 남대천을 떠나 멀리 알래스카까지 자그마치 4만리길(1만6천㎞)의 대장정을 마치고 3,4년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루 2백50∼3백여마리. 이달 말께면 하루 2천여마리씩 몰려들어 남대천은 온통 「물반 연어반」이 된다. 놀라워라. 연어들은 어떻게 고향의 흙 물 바위냄새를 잊지 않았을까. 30년째 방류작업을 하고 있는 양양 내수면 연구소(0396―672―4180) 진순병 작업반장(59)은 『제 고향을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사람보다 낫다』며 『해마다 연어들이 올 때쯤 되면 설렘에 잠을 못이룬다』고 대견해한다. 힘겨운 여정을 이기고 돌아오는 연어는 1백마리 중 1,2마리. 남대천에서 방류하는 새끼연어는 매년 1천5백여만마리로 이중 2만여마리가 돌아온다. 회귀율은 1.47%. 바다사자 먹이가 되기도 하고 알래스카 곰의 공격도 받는다. 배에 물곰팡이가 끼고 힘센 고기떼에 뜯겨 아문 상처가 뚜렷이 남아 있는 놈도 있다. 크기 0.4∼1m, 몸무게 0.5∼6.5㎏. 국내에 들어오는 연어는 전체 6종중 단 1종, 참연어뿐이다. 연어의 고향 남대천은 물이 맑고 수온(8∼11도), 자갈과 모래가 섞인 바닥이 있어 산란에 안성맞춤. 하지만 얼마 후에는 이곳에서 연어를 다시 못 볼지 모른다. 한국전력에서 남대천 상류에 짓고 있는 양수 발전댐이 완공되면 수량이 줄어 연어가 올라오기 힘들어지기 때문. 과연 연어는 그때도 씩씩하게 돌아와 고향의 품에 알을 낳을 수 있을까. 그 부드러운 뱃살을 따가운 강 모래바닥에 끌며 「상처투성이의 몸」으로라도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남대천 어귀에서 피울음을 울며 맴돌까. 〈양양〓허문명기자〉 ▼18∼19일 남대천 연어잔치 ▼ 남대천에 연어잔치가 열린다. 양양군은 18∼19일 「연어 송어 낚시대회」와 「맨손 연어잡기 체험」 「연어요리 사진전」 「연어 가리비 시식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연어잔치를 한다. 내수면 연구소 연어포획장 남대천 둔치까지 현장견학 코스도 만들어 연어포획 및 채란 수정작업도 보여준다. 문의는 양양군청 수산과(0396―670―2412∼3). 한편 디에스이벤트(02―646―7662)는 18∼19일 1박2일로 연어여행을 떠난다. 참가비는 5만5천원.국토순례회 옛돌(02―275―4333)도 다음달 1∼2일, 8∼9일 남대천 여행을 기획했다. 참가비 6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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