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뒤끝 전국山下 「쓰레기몸살」…곳곳 음식물 깡통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2분


해마다 피서철이 끝나면 전국의 산하(山河)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22만여명의 공무원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전국의 유원지를 뒤지며 쓰레기를 거둬냈지만 풀숲 곳곳에는 숨바꼭질하듯 어김없이 쓰레기가 숨어 썩은 냄새를 풍긴다. 지난 4일 오후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팔당호의 상수원 보호구역. 낚시와 취사 등 강물을 더럽히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 곳이다. 그러나 물가에는 온갖 쓰레기가 불에 그을린채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다. 썩는데 50년 이상 걸린다는 플라스틱 음료수병, 1백년이 지나야 완전히 분해되는 알루미늄캔, 녹조(綠藻)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이 인적 드문 팔당호 물가를 더럽히고 있었다. 물이 빠진 팔당댐의 양쪽 제방에도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산과 계곡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도봉구 수유동 북한산 계곡 주변에도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병 부탄가스통 등이 군데군데 나뒹굴고 있었다. 10여m 간격으로 「쓰레기 무단투기시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이 경고를 하고 있지만 아무 소용 없다는 게 단속 공무원들의 설명.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등산로와 계곡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는 미화원 한재봉(韓載鳳·70)씨는 『미화원 8명이 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계곡 안쪽 깊숙이 숨어있는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숲속 나뭇가지 위에다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던져 버리기도 해 이를 수거하려면 30여분이 걸릴 때도 있다는 것. 강원 인제군의 소양호 상류. 지난 2일 폭우가 내린 뒤 한계령 진부령 내린천과 인제군 서화면 등지에서 쓰레기가 엄청나게 떠내려 오고 있었다. 인제군의 길운하(吉雲河)어촌계장은 『폭우가 내리면 피서객들이 계곡에 몰래 버린 쓰레기가 떠내려와 어선이 앞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라며 『아직 소양호 낚시터에 남아있는 쓰레기만도 15t 트럭으로 수십대분에 이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 여름 초등학생인 남매를 데리고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박종한(朴鍾韓·44·강원 춘천시 효자2동)씨는 진부령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8백㎞를 걷는동안 30∼40m 벼랑밑에도 비닐봉지나 캔 등이 떨어져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이를 보고 어린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느냐』고 한탄했다.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치우기 전까지 땅과 물속에서 뒹굴며 토양과 수질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수박의 경우 6.37㎏짜리 한 통을 먹고 찌꺼기를 물가에 버리면 82.4g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배출된다. 이는 사람 한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BOD(40g)의 2배가 넘는 양이다. 이는 두사람이 하루종일 물가에서 밥을 해먹고 빨래하고 목욕하고 배설하고 오는 것과 같은 정도로 물을 더럽히는 셈이다. 수박껍질은 땅속에서 1개월이 지나야 썩는다. 우유팩은 5개월, 담배 꽁초는 10∼12년, 알루미늄 캔은 80∼1백년, 종이기저귀는 1백년이 돼야 완전히 썩는다. 게다가 올해 발생한 약 6만t의 피서 쓰레기를 치우려면 약 50억원의 생돈이 들어간다. 환경부 신현국(申鉉國)폐기물정책과장은 『쓰레기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을 합산하면 국민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인제·팔당·북한산=경인수·이진영·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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