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참사 한달]괌 못떠나는 全長分씨 애타는 母情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이제 눈물은 그쳤다. 그러나 눈물자국은 괌 곳곳에 한(恨)이 되어 맺혀 있다. 사고 현장인 니미츠힐에는 통곡소리가 멎었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던 퍼시픽스타호텔에도 더 이상 오열하는 유족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 한달을 앞둔 4일 분향소가 새로 마련된 한진 아가냐 비치콘도에는 유족 10명만이 영정을 지키고 있다. 전장분(全長分·62·여·충남 천안시 성황동)씨는 이날 베트남항공기가 프놈펜의 포첸통 공항에 착륙하다 추락,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21명 등 65명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달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몸서리를 쳤다. 전씨는 지난달 6일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로 둘째딸 가족 4명을 잃었다. 지금껏 속한번 썩인적 없는 딸 한정희씨(35)와 5년전 최연소기록으로 기술사시험에 합격한 사위 김성수씨(39),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 재롱을 떨던 8세난 외손녀 서형이와 3세난 외손자 서진이.전씨는 지금도 매일 오전 6시경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들을 만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고소식을 듣고 「설마 우리 애들이…」하며 괌으로 달려와 여태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씨는 매일 아침 영정속에서 웃고 있는 딸 부부와 손자들을 대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자신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난다기에 괌이 좋으니 그쪽으로 가라고 권했지유. 예약이 안돼 있어 비행기표도 내가 직접 구해주었는데 이 불쌍한 것들을 워쩐대유』 전씨는 지난 주말 어렵사리 찾은 딸 부부와 손녀의 시신을 괌 공원묘지에 묻었다. 죽어서라도 시원한 바닷바람과 맑은 공기를 쐬라는 마음에서…. 화장하고난 유골함 3개를 생전에 단란했던 가족사진과 함께 나란히 합장한 뒤 「이제는 편히 쉬거라」고 수도 없이 빌었다.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서형이의 일기장도 함께 묻어 주고 싶었지만 괌 주정부가 유품은 한꺼번에 돌려 주겠다며 내주지 않았다.장례를 치르던 날 고혈압에 시달리는 전씨의 건강을 걱정한 가족들이 이곳에 혼자 남겠다는 그를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외손자 서진이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진이를 함께 묻어주기 위해 유골함의 관뚜껑도 덮지 않았다. 전씨는 매일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해도 손자들이 눈에 어른거려 편히 누울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분향소를 찾아 외아들 내외와 손녀를 잃은 이정구(李正求·60)씨, 부인과 딸을 잃은 최덕호(崔德鎬·25)씨를 벗삼아 서로 위로하며 슬픔을 달랜다. 『유전자 검사로 시신을 찾으려면 서너달이 걸린다고 하대유. 대부분 유족들이 흙한줌 들고 돌아갔지유. 유족대표들도 모두 떠났지만 관뚜껑을 덮을 때까지는 나는 이곳을 못떠나유』 〈괌〓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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