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심리학자 융의 내면세계 한눈에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콤플렉스 외향성 내향성 애니마 애니무스 집단무의식 원형(原型) 등. 이미 친숙해진 용어들이지만 한 정신과의사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들 용어와 그 뒤에 숨은 인간 내면의 신비스러움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칼 구스타프 융(1875∼1960).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현대심리학의 양 축을 이뤄온 인물이다. 그의 업적은 심리학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종교학 인류학 민속학, 나아가 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이 거장의 열정적이고도 신비적인 삶과 학문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압축해낸 「한권으로 읽는 융」(푸른숲)이 나왔다. 저자는 특히 융과의 오랜 우정을 바탕으로 융의 심리학세계와 융 개인의 내면세계까지 잘 비춰주고 있다. 기존의 심리학서적들이 다소 딱딱했다면 이 책은 연대기순에 맞춰 융의 정신분석학적 탐구과정을 평이하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을 융 심리학의 세계로 편안하게 인도하는, 부담없는 융 개설서다. 저자를 따라가다보면 무의식 속에 억압상태로 잠재된 비도덕적 성적(性的) 관념덩어리인 콤플렉스, 한 개인의 무의식 안에 내재하고 있는 먼 조상들의 경험과 기억을 일컫는 집단무의식 등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에 어렵지않게 당도할 수 있다. 융의 개인사, 애증으로 얽힌 프로이트와의 관계 등은 융 심리학 이해에 본질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언어학자이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와 교사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했던 융. 특히 아버지의 종교적 믿음이 약해지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자신이 경험한 신을 아버지에게 전하려했던 어린 융. 커가면서 독일 낭만주의에 매료돼 점점 신비주의에 빠져들었고…. 융의 이러한 면모는 고대 취향이나 연금술 상징 신화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는 동양사상에도 관심을 가져 만다라 주역 등에 몰두했고 주역의 각 괘가 무의식의 내용을 상징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특히 융과 연금술의 만남은 가장 매력적인 대목의 하나. 융은 금 제조과정을 인간 정신의 변모과정, 즉 무의식의 자기실현과정으로 보았고 따라서 연금술이야말로 영혼을 변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금술에 심리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연금술을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다. 융이 연금술에서 영혼을 발견했듯 독자들은 융을 통해 인간 정신의 신비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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