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박물관-미술관 건립 붐…지자체 전통-특성따라

  • 입력 1997년 7월 13일 09시 12분


박물관에 가면 선조들의 삶 내음에 흠뻑 빠져들 수 있어서 좋다. 학문 예술 문화가 어우러진 역사의 산 교육장. 각 고장의 박물관 건립 열기가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경기안성의 「안성맞춤 유기박물관」, 전북 고창의 「판소리박물관」, 강원 동해의 「향토해양박물관」, 충남 공주의 「복식박물관」…. 줄잡아 4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체육부에 지원금을 요청해 놓고 있다. 저마다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살린 박물관을 세워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가꿀 꿈에 부풀어 있다. 보석 가공단지로 유명한 전북 익산시는 이미 보석박물관을 짓고 있고 조선초 악성 박연의 고향인 충북 영동에는 그의 호를 딴 난계국악박물관이 들어설 예정. 현재 공사중인 공립 박물관은 경남 합천과 창녕의 유물전시관, 경북 문경의 석탄박물관 등 모두 13곳에 달한다. 강원 춘천과 충남 예산, 제주 서귀포에서는 미술관을 세워 지역 명소로 꾸밀 계획이다. 기업 및 개인 차원의 박물관, 미술관 설립도 붐을 이루고 있다. 기업 박물관은 최근 사회 저변에 확산된 「뿌리찾기」 욕구와 맞물려 전문성을 갖추는 쪽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 시멘트(한일시멘트) 종이(한솔제지) 철강(동국제강 세연문화재단) 석유(석유개발공사) 의학(한독약품 동아제약 삼진제약) 방송기자재(문화방송) 전기(한국전력)박물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문체부 김석진도서관박물관과장은 『민선 단체장이 주민들의 문화욕구에 눈을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박물관과 미술관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라며 『유물 전시기능 외에 얼마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냐가 성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건립은 기업 입장에서도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크고 △투자비가 손비처리되며 △각종 세금혜택도 부여돼 「해볼만한 문화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박물관은 1백80곳이며 미술관은 33곳. 현재 건립중이거나 계획이 잡혀 있는 박물관 미술관이 모두 완공되면 각각 2백77곳과 7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빈약한 수준이다. 박물관의 경우 미국은 4천6백여곳, 일본은 3천여곳에 달한다. 관건은 역시 「돈」. 그러나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지원금을 타낸 지역은 익산 영동과 청주의 고인쇄박물관 등 3곳뿐이다. 40여 자치단체의 박물관 건립의욕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대안 마련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과제로 다가온다.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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