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7월호,끊기지 않는「분단 詩」 4회째 특집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17분


尙虛 李泰俊(상허 이태준)의 소설 「사냥」에 사슴 몰이꾼 청년이 재기의 꿈을 품고 야반도주하는 고향역이 있다. 철원 월정리역. 금세기 상반기까지 강원도 주민들의 해후와 이별을 낱낱이 지켜보고 섰던 이 역사(驛舍)는 지금 수풀에 덮인채 수십년째 멈춰선 기차 하나와 함께 허물어져 가고 있다. 치열했던 이념의 시대가 가면서 우리 문단에서 이 역사와 함께 잊혀져 가는 테마가 있다. 「국토 분단」. 소외돼 가는 이 대주제를 월간 「시문학」지가 지난해 지령 3백호를 넘기면서 특집 「비무장지대 문학운동」으로 조명, 2년째 문인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최근 나온 7월호는 4회째 특집을 싣고 있다. 김광림 문덕수 허영자 함동선 김후란씨 등 시단 문협파 원로 중진들의 근작 시들이 한 테마를 향해 집결하고 있다. 그 테마는 끊긴 핏줄이다. 「아버지는/비무장지대 너머에 계시다/(…)/외금강이나 해금강의 외로운 길/논둑 그리고 풀대 끝이나 가지 위에/구름 되어 머물고 비로 흐느끼고/이미 육신은 땅에 다 털어버린 후/바람으로 아들을 부른다」(이성선, 「새와 풀꽃의 면회소」) 시인들은 갈라선 험한 마음들이 비무장지대에 푸릇푸릇 공생하는 풀과 꽃을 닮자고 호소한다. 「우리 살자며 죽을 궁리하는 동안/철쭉도 도라지도 산수유가지도/욕심껏 기지개로 잘 자란 이야기/잠자리, 벌나비도 향기따라 나는 곳/우리 모두 비무장지대로 가자/(…)/더러 감춰둔 지뢰 밟으며 알몸으로 가자/(…)/온 나라가 비무장이 되는 그날까지」(박해선, 「몹쓸 꿈」) 시문학은 문협파 문인들의 본거지 역할을 하는 문예지.이번 특집에는 그동안 문협과 등져온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중추에서 일하는 임헌영 구중서씨 등의 글도 실렸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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